[기자수첩] 대왕 카스테라 몰락, 프랜차이즈 성숙 계기 돼야…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7.04.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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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만 카스테라업체들이 창업 1년도 안돼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발단은 채널A의 '먹거리X파일'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프랜차이즈 문화 전반이 개선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먹거리X파일은 한 대만 카스테라업체가 달걀·밀가루·우유·설탕 외에 어떤 것도 넣지 않는다고 광고한 것과 달리 식용유와 일부 첨가제를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즉각 반론이 나왔다. 식용유 제빵은 일반적 조리법인데 식용유 자체를 나쁜 원료로 취급했고, 한 업체의 잘못된 마케팅을 업계 전반의 일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시청률 때문에 자극적으로 내용을 구성한 방송사나 식용유를 넣지 않았다고 발뺌하면서 건강식품으로 마케팅한 업체 모두 잘못이 있다.



그러나 대만 카스테라의 몰락은 유행만을 좇는 근본적인 프랜차이즈 문제점과 맞닿아 있다. 시간 차이였을 뿐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얘기다.

대만 카스테라 열풍은 대만 여행 붐과 함께 시작됐다. tvN '꽃보다 할배' 방영 후 대만은 국민 여행지로 발돋움했다. 특히 한국에서 인기를 끈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인 '단수이'지역은 필수 방문지가 됐다. 단수이가 대만 카스테라의 본고장이다.



유행을 눈여겨본 이들이 재빨리 대만 카스테라 프랜차이즈를 만들었다. 그러나 카스테라는 달걀, 밀가루, 우유 등에 오븐만 있으면 만들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았고 곧 비슷한 브랜드들이 난립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3월말 기준 대만 카스테라 프랜차이즈로 등록한 업체는 17개. 상호는 단수이대왕카스테라, 대만언니대왕카스테라 등으로 비슷하고 제품도 유사하다.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반짝 인기에 편승한 대만 카스테라가 오래가리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숱한 프랜차이즈가 유행을 좇아 우후죽순 생겼다가 사라졌다. 이 경우 피해는 본사보다 가맹점주의 몫이다. 신생 프랜차이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개 소자본 창업을 원하는 퇴직자들로 한번 무너지면 재기가 어렵다.


대만 카스테라 사태를 계기로 이제라도 지속 가능한 프랜차이즈 육성책을 고민해야 한다. 고령화 시대,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아이템이 프랜차이즈다. 프랜차이즈 몰락은 곧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이 됐다. 본사 역시 '반짝 인기' 대신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꾀하는 성숙함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기자수첩] 대왕 카스테라 몰락, 프랜차이즈 성숙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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