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해 9월 말 시민단체로부터 최순실씨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뒤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했다. 형사부에 배당된 후 약 20여 일간 검찰은 참고인들을 몇 명 소환했을 뿐 본격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
특수본은 출범하자마자 청와대와 미르·K스포츠재단 사무실, 관련자 자택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빈집'이었다. 관련 증거는 언론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폐기되고 있었다. 검찰이 들고 나오는 압수물 박스는 텅 비어있었고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검찰은 이들을 붙잡아 놓고 이번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중점은 대통령의 관여 여부였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사건에 어느 정도 자신이 개입돼 있음을 시인했던 만큼 검찰은 이 개입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뤄졌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검찰 조사에서 최씨는 입을 다물었지만,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범부터 대통령이 개입돼있다는 얘기였다.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 역시 안 전 수석의 수첩과 정 전 비서관의 휴대폰에서 발견됐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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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청와대는 검찰로부터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특수본 출범 때 '수사 결과만 보고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검찰의 일방적인 조사 통보에, 박 전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마지노선을 넘었다'며 대통령을 압박하는 한편 '대통령 독대' 의혹이 불거진 재벌 총수들까지 줄줄이 소환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끝내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최씨의 공소장에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는 초강수를 뒀다. 검찰은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박 대통령 측 변호사는 '검찰 조사는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 수사는 사실상 멈췄다. 검찰은 '뇌물죄' 적용 가능성을 열어둔 채 사건을 특검에 넘겼다.
박영수 특검팀은 검찰이 넘겨준 뇌물죄 카드를 가장 먼저 사용했다. 타깃은 삼성그룹이었다.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최씨 등 6명을 뇌물죄로 엮었다. 당연히 박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의 피의자가 됐다.
특검은 70일 동안의 수사 기간 중 상당 부분을 뇌물죄 입증에 쏟았다. 결과적으로 특검은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고, 박 전 대통령이 433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총 30명을 기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가 '정치적'이라며 거부했다. 현직 대통령의 형사불소추 특권을 무기로 한 대응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됐다. 특검 수사가 끝나자마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는 "박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했으며 검찰, 특검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직 대통령을 무기로 조사를 거부했던 박 전 대통령은 검찰 특수본 2기에 의해 결국 재판에 넘겨진다. 헌정 사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3번째 구속 기소다. 검찰은 이날 관련 수사를 모두 마무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