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
"왜?"
"꼬리를 흔들 수 있으니까.(엉덩이를 살랑살랑)"
손가락 가위로 꼬집는 시늉에 화들짝 놀란 아이가 저만큼 도망칩니다. 장난기가 발동한 전 또 그런 아이를 잡겠다고 꽃게 흉내를 내며 쫓아갑니다. 비명과 함께 우당당탕! 순식간에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내가 만약 엉금엉금 기어가서 나일강을 헤엄치는
(뒷장)악어가 된다면, 나는 딸깍딸깍 이빨을 부딪치며 웃을 수 있을 텐데."
"정말, 딱 하루만이라도 내가 으르렁 크르렁 소리치는
(뒷장)곰이 된다면, 나는 심술쟁이 형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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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마지막 변신은?
"다른 날에는 내가 진짜 되고 싶은 것이 있거든. 정말 특별한 누구, 그건 바로…"(두구 두구 두구)
마지막 장엔 얼굴을 비추는 거울과 함께 '나야'라는 두 글자가 등장합니다.
다른 동물들을 흉내 내봤지만 결국엔 지금 이대로의 내 자신이 제일 좋은 것 아닐까요? 왜냐면 엄마랑 꼭 껴안을 수도 있고,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놀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와 함께 지금의 내 모습이 왜 좋은지 함께 이야기도 나눠봤습니다.
이날 하루 어른인 저에게는 엉뚱한 행동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동물 흉내를 신나게 따라 하는 아이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아이들에게 딱 하루만은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또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건 어떨까요?
◇딱 하루만 내가 = 로라 뤽 지음, 이영재 옮김, 브와포레 펴냄, 32쪽/ 1만4500원.
② '소리산책'
낡은 차는 너무 시끄러워요. 오래된 차 소리는 부~~릉 크릉 부~~릉 크릉.
차가 모퉁이를 획 돌면 바퀴가 휘유우우우우우~쉭.
차가 갑자기 멈추면 브레이크는 끼이이이이이이익.
여러분들은 자동차 소리가 이렇게 다양한 줄 아셨나요? 저는 보통 자동차 소리하면 ‘부릉부릉’만 떠올렸거든요. 그동안 저도 모르게 학습된 소리에 세뇌되어 있었나 봅니다. ‘소리산책’은 한 아이가 아빠와 강아지와 함께 동네와 공원을 걸으며 듣게 되는 소리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종알종알 시끄러울 법도 한데 아이는 말을 줄이고 소리에 집중하며 걷습니다. 아빠 구두 소리, 강아지 발톱 소리, 자전거 벨 울리는 소리, 아기가 우는 소리, 공사장 소리, 딱따구리 소리 등 거리에서 수많은 소리들을 듣습니다. 소리들은 경쾌한 리듬의 의성어로 되살아나고, 동네와 공원의 정다운 풍경들은 산뜻한 수채화가 됩니다.
오늘도 게임, 휴대폰, TV 등 눈앞의 작은 화면에 갇혀 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눈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면 화면보다 더 재미있는 진짜 세상이 존재합니다.
오늘 전 아이의 손을 잡고 집 밖에 나가볼까 합니다. 집 앞 작은 공원이든 시골 할머니 집이든 상관없습니다. 듣는다는 것은 먼저 다가가는 것,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면 더 많은 것이 들린다는 것을 얘기해줄 겁니다.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함께.
◇소리산책 = 폴 쇼워스 지음, 문혜진 옮김, 불광출판사 펴냄, 33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