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관리단 아닌 동대표자 모임, 동의얻어 공사추진·비용분담청구 가능"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7.04.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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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아파트 전 입주세대로 구성된 관리단집회가 아닌 아파트 동대표들로 구성된 단체라고 하더라도 전 입주세대의 4/5 이상의 동의를 얻어 공용부분 변경 등의 공사를 추진할 때 개별 입주자에게 소요비용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0일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이하 A대표회의)가 입주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관리비 청구소송에서 대표회의 패소취지의 원심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인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의 4/5 이상이 난방방식 변경과 같은 공용부분 변경공사에 동의한다는 서면동의서를 입주자 대표회의 앞으로 제출하고 이에 따라 입주자 대표회의가 그 업무를 처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입주자 대표회의에 해당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파트 관리단'의 업무를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대신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집합건물법(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공용부분 변경 등을 추진할 경우 관리단집회의 주관 하에 4/5 이상의 결의를 얻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관리단집회는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된 사법상 단체다.



이에 비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단지 아파트 동대표들로만 구성된 단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대표회의가 무조건 관리단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봐야할지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됐다.

A대표회의는 23개동 1362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동별대표를 구성원으로 하는 단체다. 이 단체는 2008년 6월경 아파트 난방방식을 개별난방에서 지역난방으로 전환하는 데 대해 아파트 전 입주세대의 70.26%에 해당하는 957세대의 동의를 받아 같은 해 10월말까지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가 완공 후 별도로 입주세대의 4/5 이상으로부터 공사 및 비용분담 등에 대한 동의서도 받았다. 해당사업에 소요된 비용은 총 57억여원에 달했다.

B씨는 해당사업이 개시되기 전은 물론 완공 이후에도 서면으로 찬성의사를 밝혔다. A대표회의는 B씨에게 분담금 361만여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으나 B씨가 이를 거절했고 이 사건은 소송으로 불거졌다.


1심과 2심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단건물관리법)에서 정한 동의요건을 갖추지 않고 난방공사를 진행하고 비용을 지출한 A아파트 대표회의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아파트 동별 세대수에 비례해 선출된 대표자로 구성된 공법상 단체로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사항을 결정·시행하는 등 관리권한만 가진다"며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당연히 설립되는 사법상 단체인 '관리단'과 구별되므로 입주자 대표회의와 관리단은 각각 별개로 구성돼 존립한다"고 밝혔다.

또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집합건물의 관리단만이 그 결의로써 결정할 수 있다"며 "이를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하고 A대표회의의 청구는 관리단이 행사해야 할 분담금 채권을 청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2심의 결론을 뒤집고 A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80% 이상이 난방방식의 변경 등 내용의 공사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서면동의서를 입주자 대표회의에 제출하고 이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가 그 업무를 처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리단이 입주자 대표회의에 해당사업에 대한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또 "당초 A대표회의가 구분소유자 2/3 이상의 동의만 받아 공사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사후적으로 4/5 이상으로부터 난방방식 변경공사에 동의한다는 서면동의서를 받았고 B씨를 제외한 구분소유자들로부터 분담금을 지급받았다"며 "A대표회의가 위임받은 포괄업무에는 이번 분담금에 대한 소송수행권까지 부여받은 것으로 봄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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