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큼 우려도 공존…"신탁사 선정 초기 혼란 불가피"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김지훈 기자 2017.04.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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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강남에 부는 '신탁방식 재건축 열풍'<하>

편집자주 최근 여의도와 서초구 등 서울시내 주요 재건축단지에서 '신탁방식 재건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탁방식'은 조합 대신 부동산 신탁사가 정비사업 시행자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3월 관련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본격화 됐다. 신탁방식 재건축의 현황과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서울시내의 한 아파트단지 전경 서울시내의 한 아파트단지 전경


서울 강남지역의 한 재건축 추진 단지에 사는 A씨는 최근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가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 A씨는 지인들에게 신탁방식 재건축이 조합방식보다 사업 추진이 빠르다는 얘기를 들었다. A씨는 그러나 특정 주민 일부가 나서 신탁사와 MOU(양해각서)를 맺은 것을 알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달 초 이 단지에서 열린 재건축 설명회에선 A씨처럼 신탁방식 재건축 우선협상대상자 MOU가 어떻게 체결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린 주민이 적지 않았다.

부동산 신탁회사가 재건축사업 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신탁방식 재건축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신탁방식은 조합방식에 비해 사업기간이 단축되고 투명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신탁사들이 정비사업시장에 대거 참여하면서 시장의 과열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코리아신탁, 하나자산신탁, 금융투자협회 8개사 관계자를 불러 대책회의를 열었다. 신탁사업의 효과를 과대포장하며 재건축사업권 확보에 열을 올리는 신탁사들의 행위에 사실상 ‘경고장’을 날린 것이란 해석이다.
 
신탁방식 재건축 자체의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대만큼 우려도 공존…"신탁사 선정 초기 혼란 불가피"


조합방식은 정비구역 지정→추진위원회 구성 및 승인→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준공 및 입주→청산 및 조합해산 순으로 진행된다. 신탁방식은 여기에서 추진위 구성과 조합 설립 인가 절차를 생략, 곧바로 사업 시행인가 단계로 들어간다. 조합설립 단계는 건너뛰지만 신탁사 선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신탁방식을 규정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는 신탁사를 사업 시행자로 지정하기 위한 필요 동의율(75%)만 적혀 있고 어떤 신탁사에 맡길지 등 선정절차와 이에 대한 의사결정구조 등이 제시돼 있지 않다.
기대만큼 우려도 공존…"신탁사 선정 초기 혼란 불가피"
최근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아파트 재건축단지에서 발생한 갈등도 이런 문제와 연결된다. 이 단지는 주민 수십 명의 동의를 기반으로 신탁사와 우선협상대상자 MOU를 맺었지만 반대의견이 빗발쳐 이를 파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탁사 선정의 의사결정구조가 생략되는 등 관련법규 미비로 사업 초기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다 보니 신탁계약이 신탁사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체결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재건축·재개발 소송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무법인 관계자는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추진 단지가 신탁사로부터 제안받은 사업내용을 분석한 결과 입주민 개개인이 과도한 매몰비용(사업 취소시 회수 불가능한 비용)을 떠안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 단지에선 주민들이 신탁사를 불신임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는데 이 경우 신탁사가 해당 사업지를 공매처분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자칫 주민들이 과도한 사업비를 떠안을 수 있는 만큼 주민 재산권에 대한 보호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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