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감은 열정의 클랩튼보다 영적인 해리슨”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7.04.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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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8일부터 사진전 개최하는 조지해리슨과 에릭클랩튼의 ‘전설적 뮤즈’ 패티 보이드

올해 73세인 패티 보이드는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과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이 단숨에 빠진 18세 현역 모델 시절의 미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28일 사진전을 위해 3일 내한한 그녀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세기의 스타들과 헤어지면서 사진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며 "내 사진속의 그들은 사랑의 기쁨이자 행복"이라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올해 73세인 패티 보이드는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과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이 단숨에 빠진 18세 현역 모델 시절의 미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28일 사진전을 위해 3일 내한한 그녀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세기의 스타들과 헤어지면서 사진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며 "내 사진속의 그들은 사랑의 기쁨이자 행복"이라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키 172cm에 영국식 귀족 억양을 간직한 그녀는 73세인 지금도 세기의 로커가 반할만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모델 출신답게 카메라를 보는 눈빛이나 상대방의 시선을 사로잡는 부드러운 미소가 주름 가득한 얼굴에 반짝반짝 빛났다.

오는 28일부터 8월 9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S팩토리에서 열리는 ‘패티보이드 사진전:Rockin’ Love’의 주인공 패티 보이드(Pattie Boyd) 얘기다.



전시에 앞서 3일 서울 남대문의 한 호텔에서 그녀를 만났다. 보이드는 “여전히 매력이 넘친다”는 칭찬에 “Oh, Very Sweet”(참 친절하시네요)라며 화답했다.

세기의 록 스타 2명과 ‘두 번의 결혼, 두 번의 이혼’



보이드는 잘 알려졌다시피,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과 명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이 동시에 사랑한 전설의 뮤즈다. 당시 18세 모델 활동을 하면서 사진작가 길에도 관심을 보였던 보이드는 운명적인 두 남자 덕분(?)에 자신의 진로가 아닌 스타의 여자로 살아야했다.

비틀스 3집 ‘Hard Day’s Night'의 동명 영화에 보이드가 출연하자, 조지 해리슨은 첫눈에 반해 “결혼해달라”고 청혼했다. 이 황당한 요구에 보이드는 2년을 끈 뒤 마침내 결혼을 허락했다.

패티 보이드. /사진제공=BIG J Ent.<br>
패티 보이드. /사진제공=BIG J Ent.
1968년 클랩튼이 비틀스의 곡 ‘While my guitar gently weeps’에서 조지 해리슨과 연주하면서 친해지자, 패티 보이드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클랩튼도 해리슨이 그랬던 것처럼 도발적인 멘트로 ‘압박’했다. “네 아내를 사랑해”. 결국 남의 아내를 얻지 못한 클랩튼은 좌절감에 3년간 마약과 술에 취하면서 음악과 영영 멀어지는 듯했다.


클랩튼에게 기회가 온 건 세기의 결혼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힌두교에 빠져있던 해리슨의 애정이 점점 식자, 보이드도 지쳐갔다. 해리슨과 이혼한 보이드는 클랩튼과 결혼했다. 클랩튼이 바깥에 낳은 아이가 있다고 고백한 1985년 두 사람은 이혼했다.

그녀를 위한 이기심의 선율 ‘세기의 명곡’이 되다

록스타 2명과 세기의 연애를 하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낸 보이드는 세기의 명곡을 탄생시킨 주춧돌 역할도 함께했다. 해리슨의 ‘Something’은 보이드에게 보내는 찬가였고, 클랩튼의 ‘당신이 외로울 때 아무도 곁에서 지켜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건가요~’로 시작하는 ‘Layla’는 실의에 빠진 자신의 위무곡이었다. 클랩튼의 ‘Wonderful tonight’도 마찬가지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보이드의 육성으로 들으니 현장감이 남달랐다.

“그날 저녁을 먹으러 가기 위해 제가 2층에서 화장을 하고 에릭은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 ‘그이가 화를 내면 어떡하지’하고 불안해하며 내려오는데, 그가 ‘내 미발표곡 한번 들어 볼래?’하며 노래를 들려줬죠.”

보이드는 사진에 관심이 많았지만, 작가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사진작가는 남자의 일로 여겨졌기 때문. 보이드는 “해리슨과의 결혼으로 가정주부가 자연스럽게 되는 줄 알았다”며 “두 남자와 결혼할 때도 내가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패티 보이드가 꼽은 '가장 마음에 드는 두 남자의 사진'이다. 조지 해리슨(왼쪽)이 1968년 가장 평화롭게 누워있는 침대 휴식 장면과 에릭 클랩튼이 1974년 공연을 끝내고 대기실에서 흡연하며 쉬고 있는 장면이 그것. 그녀는 "해리슨은 가장 평화로운 마지막 모습이어서, 클랩튼은 주변의 빨간색과 너무 잘 어울려서"라는 이유를 들어 한장의 사진을 각각 꼽았다. /사진제공=BIG J Ent.<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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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 보이드가 꼽은 '가장 마음에 드는 두 남자의 사진'이다. 조지 해리슨(왼쪽)이 1968년 가장 평화롭게 누워있는 침대 휴식 장면과 에릭 클랩튼이 1974년 공연을 끝내고 대기실에서 흡연하며 쉬고 있는 장면이 그것. 그녀는 "해리슨은 가장 평화로운 마지막 모습이어서, 클랩튼은 주변의 빨간색과 너무 잘 어울려서"라는 이유를 들어 한장의 사진을 각각 꼽았다. /사진제공=BIG J Ent.


"조용하고 영적인 조지는 '블루', 사랑과 에너지의 에릭은 '레드'

아내로 살면서도 함께한 행복의 기억은 사진으로 눌러 담았다. 그녀에게 두 ‘남편’의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씩 골라달라고 주문하니, 1968년 해리슨이 침대에 평화롭게 누워있는 장면과 1974년 클랩튼이 대기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꺼냈다.

“해리슨의 모습은 히말라야에서 명상한 뒤 인도로 와서 쉬고 있을 때였어요. 이때가 가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죠. 클랩튼은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에 내려올 때 찍은 건데, (컬러로 보면) 소파와 둘러싸인 배경이 모두 빨간색이에요. 제가 빨간색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보이드는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는 ‘레드’는 클랩튼의 것이고, 조용하고 영적인 ‘블루’는 해리슨의 몫이라고 했다. 그녀가 찍은 사진은 모두 뮤지션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자유인의 일상 그 자체였다.

100여점의 사진 속에서…“사랑의 기쁨과 행복, 기억하고파”

패티 보이드. /사진=임성균 기자<br>
패티 보이드. /사진=임성균 기자
이번 그녀의 전시는 모두 6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1960년대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특별한 삶부터 해리슨·클랩튼과의 사랑, 화려한 삶 이면의 현실 등 그녀의 모든 인생이 담겼다. 사진 100여 점이 전시되는데, 보이드의 모델 현역 시절,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20컷의 사진, 비틀스 미공개 영상 등이 포함됐다.

보이드는 두 남자 중 남편감으로,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연인으로 해리슨을 꼽았다. 그가 인도 갠지스 강에서 생을 마친 얘기를 꺼내자, 보이드는 “이제 ‘우리 갔던 데 거기 어디지?’라고 말할 수 없는 공유의 부재가 너무 허전하고 안타깝다”고 회고했다.

클랩튼의 사진은 ‘허락받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그가 감히 나한테 안 될 거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직도 문자를 주고받는 친구 사이이기 때문”이라고 웃었다.

“사랑을 떠올릴 땐 기쁨과 슬픔, 고통과 행복이 뒤섞인 복합 감정의 결과물이지만, 지금의 제 기억엔 기쁨과 행복만 남아있어요. 사진은 그걸 잊지 말라고 알려주는 신호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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