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편법진학' 경찰, 오히려 경감 승진예정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7.04.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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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로스쿨 다닌 경찰관 30여명 적발→경찰, 그중 4명 별도 승진키로

지난 1월1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이철성 청장 주재로 '전국 지방경찰청장 회의'가 열렸다. 본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 /사진제공=뉴스1지난 1월1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이철성 청장 주재로 '전국 지방경찰청장 회의'가 열렸다. 본 기사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 /사진제공=뉴스1


로스쿨에 편법 진학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된 경찰관들이 오히려 변호사 자격 취득을 근거로 승진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경찰관이 정상적으로 로스쿨에 다닐 방법은 없다.

4일 경찰에 따르면 현직 신분으로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자격증을 딴 A씨 등 경위 4명은 올해 경감으로 승진한다. 경찰은 지난해 말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을 개정해 올해부터 로스쿨 변호사 자격증 취득자를 경감까지 별도 심사 승진키로 했다.



문제는 승진 대상자들이 편법 휴직으로 로스쿨을 졸업했다는 점이다. 질병 치료나 육아, 간병 등의 명분으로 휴직을 신청한 뒤 로스쿨을 다니는 식이다. 로스쿨을 다니기 위한 휴직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A씨는 로스쿨 과정 3년 중 2년을 위탁교육 형식으로 월급을 챙기며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15년 4월 A씨 등 4명을 포함한 경찰관 32명이 로스쿨에 편법 진학해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사실을 적발했다.



경찰청은 이들에 대한 복무관리를 소홀히 했으며 일부는 편법 진학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경찰청은 감사원 요청에 따라 적발자 대부분을 제재(A씨 등 올해 승진대상자 4명에게는 불문경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최근 슬그머니 로스쿨 변호사 취득자를 위한 승진제도를 만들고 실제 이들을 승진시키려 한다. 승진 대상자들이 받은 제재도 미미한 수준이다. 불문경고는 인사기록카드에 기록돼 참고자료로만 활용될 뿐 명시적 불이익이 없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서 제기되는 "감사원 지적사항을 무시한다", "규정준수에 앞장서야 할 경찰이 오히려 로스쿨 편법 진학을 부추긴다" 등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찰 지휘부는 문제를 덮기에 급급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월27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발견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청장은 "재직 중 야간 과정 등으로 로스쿨을 다니면 괜찮기 때문에 이번 승진제도 도입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로스쿨은 야간 과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승진제도가 도입되면 이득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해 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라며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려는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지난달 22일 현직 신분으로 서울대 로스쿨에 다닌 경찰 B씨와 그 외 모든 혐의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찰의 편법 진학을 막지 못한 로스쿨, 교육부 등을 둘러싼 책임 논란도 불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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