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사외이사 대폭 '물갈이' 이유는 각양각색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7.03.31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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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카드사 30명 중 16명 퇴임…경영학과 교수 영입 많아, 삼성·하나카드는 다른 행보

카드사 사외이사 대폭 '물갈이' 이유는 각양각색


올해 카드사들의 사외이사가 대폭 교체됐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기 주주총회를 거친 7개 전업 카드사의 사외이사 3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6명이 교체됐다. 사외이사직은 임기가 만료돼도 큰 문제가 없으면 재선임되는 것이 관행인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신한카드만 기존 사외이사 4명을 그대로 재선임했다.

그간 카드사들은 대관업무에 유리한 전직 관료 또는 법조인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금융 전문가를 영입하는 카드사가 많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현대카드는 6명의 사외이사가 5명으로 줄면서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만 재선임됐다. 올초 미국 GE가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 전량(43%)이 매각되면서 GE 출신 사외이사 2명이 새로 지분을 인수한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측 사외이사 2명으로 교체됐다.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와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도 새로 영입됐다. 이 교수는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을 맡고 있는 등 카드업계 전문가로 통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신용카드학회장 활동 등을 통해 축적한 다양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활용해 회사와 관련한 이슈를 적시에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외이사들이 주주와 소비자 이익 보호를 위한 경영진 견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B국민카드는 4명의 사외이사가 3명으로 줄면서 모두 바뀌었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 함유근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임성균 세무법인 다솔 회장 등이 새롭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기존 국가정보원 출신의 황재홍 이사와 판사 출신 이상용 이사 등은 퇴임했다.

그동안 관료와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를 주로 맡아왔던 우리카드는 반채인 전 국가정보원 부이사관이 물러나고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새로 선임됐다. 우리은행이 민영화하면서 우리카드도 사외이사 선임이 자유로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카드는 고영준 전 금융감독원 조사국장이 사외이사에서 물러나고 조현관 전 서울국세청장이 새로 들어왔다. 조 전 청장은 관료 출신이기는 하지만 국내 굴지의 세무법인인 ‘이현 세무법인’ 회장을 역임하는 등 세무전문가로 통한다.

전반적으로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삼성카드와 하나카드는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다른 행보를 보였다. 특히 삼성카드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상근감사를 폐지하고 사외이사로만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사외이사 모두를 관료 출신으로 채웠다.

삼성카드는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와 하영원 서강대 교수가 사외이사에서 물러나고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규연 전 조달청장을 새로 선임했다. 연임이 결정된 양성용 사외이사는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냈고 임기가 남은 박종문 사외이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거친 법조계 관료 출신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모두 금융·경제지식과 전문성, 넓은 시야를 갖추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고조된 경영환경에서 경영 방향성 제시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입장에서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카드는 김종호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와 김남수 전 코오롱 대표가 사외이사에서 물러나고 이진우 전 금감원 공보실 국장과 고영일 전 우리회계법인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직을 맡는다. 재선임된 김호복 전 대전지방 국세청장과 장광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까지 합치면 사외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관료 출신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관료 출신은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의 ‘방패막이’ 내지는 ‘거수기’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관료 출신이라도 금융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사외이사로 영입되고 사외이사 중 일정 비율은 각 계층의 전문가로 구성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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