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짐 싼 김부장, 이차장 "P플랜 막아야 삽니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7.03.2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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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200명 채무조정 TFT 활동 돌입…다음달 17일 사채권자 집회 앞서 전국 투자자 설득 나서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안이 발표된 지난 23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사옥 로비/사진=뉴스1<br>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안이 발표된 지난 23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사옥 로비/사진=뉴스1


"지금부터 호명하겠으니 손을 들어주세요. 김영식 부장님(이하 가명), 이형호 차장님…."

지난 27일 정오 대우조선해양 (32,050원 ▼1,150 -3.46%) 서울 중구 다동 사옥 로비. 대형 전세버스에서 내린 대우조선 경남 거제도 본사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회사가 1조3500억원 규모 회사채와 2000억원 규모 CP(기업어음) 만기상환 유예를 이끌어내기 위해 조직한 200명 규모의 채무조정 TFT(태스크포스팀)였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이들 '별동대'는 사전교육을 받고 개인채권자 설득을 위해 전국으로 흩어졌다. (☞관련 보도=[단독]대우조선 '1.55조 채무조정팀' 200명 꾸렸다 참고)

로비에 모인 직원들은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오성욱 차장은 "앞으로 2주간 입을 옷과 세면도구 등을 챙겼다"며 "맡은 지역에 있는 채권자들을 모두 만나려면 당분간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TFT 200명은 부장, 차장급 직원으로 구성됐다. 회사 전체 부장, 차장 1000여명의 20%다. 기존 재무담당 직원뿐 아니라 영업과 설계부문 직원들도 투입돼 일선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업무보다 채권자 설득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우조선의 운명은 앞으로 2주, 이들의 활동 성과에 따라 갈린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달 21일 회사채 4400억원 만기를 앞두고 4월17~18일 모두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를 연다. 개별 집회마다 채권액의 3분의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채권액의 3분의2가 동의해야 된다. 개인채권자는 전체 회사채의 20% 수준인 약 3000억원으로 파악된다.



다수는 아니더라도 개인채권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이 부결될 수 있다. 이 경우 대우조선은 법정관리에 준하는 '프리패키지플랜'(P플랜)에 돌입하게 된다.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채무조정이 가결되더라도 개인채권자들이 불복해 소송에 나서면 자금지원이 지연된다. 이 역시 대우조선에는 치명타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채권자 설득과 관련, "정공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분명히 흑자전환하고 부채비율을 300%대까지 떨어뜨려 단단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을 읍소하는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TFT는 이같은 점을 채권자들에 강조할 예정이다.

P플랜이 발동될 경우 채권자들의 손해가 불어난다는 점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통분담 방안에 따르면 회사채와 CP투자자들은 50%를 출자전환하게 된다. 이 정도로도 투자자들로서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출자전환으로 신주가 대거 발행되면 대우조선의 주식 1주당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P플랜에 돌입하면 90% 이상 출자전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의 잘못이 큰 대우조선의 위기에 회사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분담해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라며 "P플랜을 가정해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실제 어필한다면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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