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으로 점철된 박근혜정권 4년은 대한민국에 적지 않은 흔적들을 남겼다. 여느 정권들이 그랬듯 성과도 있었고, 허물도 있었다.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할 사안들도 있었다. 박근혜정권의 '공'과 '과', 그리고 평가가 엇갈리는 결정들을 5가지씩으로 나눠 짚어봤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을 초래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우리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권력을 최순실 개인의 사익을 위해 행사했다는 점에서다. 사법적 판단이 남아 있지만 박 대통령이 대기업을 압박해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는 국민들에게 오랜 기간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남을 전망이다. 이 사건에서 초래된 '촛불' 진영과 '태극기' 진영 간의 첨예한 갈등도 심각한 정치적 후유증을 남길 우려가 있다.
국가권력이 민간기업 경영진의 인사 문제에 개입한 것도 법치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치명적인 선례다. 박 대통령이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축출을 시도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통치권력의 부당한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역시 행정부가 정치적 중립을 포기하고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한 사례다. 이로 인해 9000여명의 진보적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예산 배정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성과도 없지 않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근혜정권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당초 공무원연금은 만성적자로 매년 수조원을 정부에서 수혈 받는 '세금 먹는 하마'였다. 개혁이 필요했지만 역대 어떤 정권도 손을 대지 못했다. 자칫 공무원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 있어서다. 박 대통령은 그런 위험을 감수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 드라이브에 나섰고,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성공했다. 공무원 입장에선 불리해졌지만, 국가 전체론 앞으로 70년간 333조원의 재정을 아끼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11년간 묵혀 있던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이룬 것도 작지 않은 성과다.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 사례들을 정부가 직접 기록해 보관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 기록들은 앞으로 북한 집권층의 인권범죄에 대한 처벌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경제 분야에선 '원샷법'으로 불린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입법 추진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있지만 이로 인해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공급과잉 업종이 분할·합병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도 체결됐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글로벌 FTA 허브' 전략이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도 입법됐다. 논란이 없진 않지만 '엘리트 카르텔' 중심의 부패문화 청산을 위한 시금석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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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결정들 가운데 평가가 엇갈리는 사안들도 있다. 대부분 보수 진영은 찬성, 진보 진영은 반대하는 현안들이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대표적이다. 개성공단 폐쇄 결정도 있다. 통합진보당도 해산시켰다. 테러방지법과 국정 한국사 교과서 역시 역사적 판단에 맡겨진 박 대통령의 유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