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가장 먼저 만난 색은 무엇일까. 하양? 검정? 정답은 빨강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처음 이름 붙은 색이자 오랫동안 색을 대표해왔다. 사냥하며 동물의 피를 통해 알게 된 색이자, 구석기 시대부터 산화철이 포함된 황토에서 발견한 색으로 색깔 중 가장 친숙하다.
이 책은 9가지 색이 인류와 함께 걸어온 문명의 변화를 관찰한다. 중세를 지배한 기독교 덕분에 이름조차 없었던 파랑은 가장 인기 있는 색으로 떠올랐다. 교회 예술에서 성모의 옷이나 천상 세계를 파랑으로 표현하면서 이 색의 지위도 올라갔다. 18세기 후반, 유럽의 신고전주의가 하양을 우월한 색으로 여긴 것은 냉철한 이성을 중요시하던 당시 철학과 연관돼 있다.
책은 색의 역사뿐 아니라 색채 대비의 원리와 색의 정의를 과학적으로 풀어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문명을 담은 팔레트=남궁산 지음. 창비 펴냄. 216쪽/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