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분노 빠졌다"에 안희정 "피바람 일으키는 감정"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7.02.2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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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선의 발언'에 이어 '분노 발언'으로 논쟁 격화

 안희정 충남시자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6차 대국민행동에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2.18/뉴스1  안희정 충남시자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6차 대국민행동에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2.18/뉴스1


안희정 충남지사의 이른바 '선의 발언'에 대한 논쟁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분노 발언'으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21일 안희정캠프에 따르면 안희정 지사는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실에 들러 "문재인 전 대표가 정확하게 말했다. 제가 분노를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분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버릇이 됐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광화문 광장에 앉아있을 때는 저도 열이 받는다"면서 "그런데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될 지도자 일 때는 그 분노라는 감정이 너무 조심스럽다. 지도자로서의 분노라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이 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한 것으로 비화된 '선의 발언' 파장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해명을 믿는다"면서도 "안 지사의 말 속에는 분노가 빠져있다. 분노가 정의의 출발"이라고 말하며 논란을 증폭시키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안 지사는 이날 캠프 인사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며 문 전 대표 발언에 격앙되거나 서운해하지 말라고 다독였다는 후문이다.

안희정캠프 한 관계자는 "안 지사가 살아온 인생을 안다면 어떻게 분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할 수가 있겠느냐"며 "오히려 더이상 비극적인 정치의 역사를 끊기 위해 자신의 분노를 누르고 또 누르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오늘날 지도자 안희정을 만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안 지사는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선의 발언'에 대한 논란에 대해 "제가 정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이와 유사한 얘기를 진즉에 저의 페이스북에서도 말한 바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중도 우클릭이나 표를 의식하느라 만들어 낸 말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중도·보수층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많은 여론, 인터넷을 통해 혼나고 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제가 어떠한 정치적 태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말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7년간 많은 어깃장 속에서 지방정부를 이끌어야 했는데 어깃장을 비난으로만 받아들이면 대화가 안되는 현실을 느꼈다"며 "어깃장 놓는 분의 감정과 말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대화가 된다고 느꼈고,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정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나의 얘기를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이 선한 의지였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냐'는 식의 해석을 하는 분이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안 지사는 또 박 대통령의 K스포츠·미르재단 설립과 관련, "(박 대통령이) 선의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분이 동원한 수단은 불법 아니냐. 수사과정을 등을 보면 부당한 정치적 압력이거나 부당한 거래라고 드러나고 있다"며 "그 과정 전체를 선한 의지라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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