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전문가' 임종룡 "책임지라는 목소리 부담" 토로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7.02.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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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참석하고 싶었던" 시장친화적 기업구조조정 세미나서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 많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장친화적 구조조정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금융위원회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장친화적 구조조정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구조조정 전문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정책당국과 채권은행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장친화적 기업구조조정 활성화 방안 세미나' 자리에서다. 임 위원장은 "꼭 참석하고 싶어했던" 이날 세미나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었던 자신의 한을 쏟아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세미나 축사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정부의 결정과 채권금융기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하고 채권은행이 하는 구조조정에 대해 책임지라는 목소리가 많은데 정부와 채권은행이 감당하기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축사를 마치고 기자와 만난 임 위원장은 "기업을 퇴출시키면 왜 회생시키지 않았냐고, 기업을 살리면 왜 퇴출시키지 않았냐고 하는 등 '하지 않은 일'에 대한 비판이 많다"고도 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 내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힌다. 이날 축사도 "35여년 공직 생활 대부분을 구조조정에 몸담았고 최근 2년간 금융위원장으로 구조조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시작했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지난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채권은행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부터 외국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까지 모두 임 위원장의 몫이었다. 임 위원장은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다르게 이해관계자들을 한 방향으로 묶어내기 어렵다"며 "채권은행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기 어렵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 겪은 어려움을 토대로 올해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었다. 하나는 '프리패키지 플랜'이다. 프리패키지 플랜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상 워크아웃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상 회생절차(법정관리)의 장점을 합친 방식이다. 임 위원장은 "3월 회생법원이 출범한다"며 "광범위한 채무조정과 법원이라는 권위를 지닌 새로운 구조조정 틀은 신속함과 신규자금 지원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시장친화적 기업구조조정 방안이다. 임 위원장은 시장친화적 기업구조조정을 "채권은행이 아닌 자본시장 중심"이라고 정의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가 주도하고 채권은행이 하는 구조조정이 익숙한 방식이나 이제 유효하지 않고 부담도 크다"며 "새로운 틀을 모색해야 하고 한 축이 시장친화적인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친화적 구조조정을 위해 임 위원장은 은행에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나서는 것이 시작"이라며 "단기적인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조조정 담당자이자 투자자에게는 "좋은 기업을 싼 값으로 사서 좀 더 비싸게 파는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구조조정 기업을 인수해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시장에 다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임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정해진 축사 외 구조조정 과정에서 쌓였던 한을 즉석에서 토로했다. 이날 세미나는 임 위원장이 직접 참석을 챙길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임 위원장은 "현안 구조조정 기업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논의가 나와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논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희망을 가지고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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