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조 빅베팅한 삼성, R&D기지 짓는 LG "힘내서…가자, 4차"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김성은 기자 2017.02.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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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 한국경제, 활로를 찾자 ②-1]국가대표 기업들 '4차산업' 신성장전략

9.3조 빅베팅한 삼성, R&D기지 짓는 LG "힘내서…가자, 4차"


IoT(사물인터넷)·자율주행·스마트홈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시장은 기회이자 위기의 땅이다. 변화를 선도하면 시대를 관통할 새로운 성장 엔진을 얻지만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끌려가면 한순간에 구시대의 유물로 추락할 수 있다.

삼성·LG 등 글로벌 시장을 휘젓는 국가대표 기업이 올해 성장전략의 최우선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우는 이유다.



◇ 삼성전자, 하만 인수로 자율주행 '드라이브' =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의 로드맵은 9부 능선을 넘어선 세계 1위 자동차용 전자장비 전문기업 '하만' 인수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이 인수전에 9조3000억원을 베팅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M&A(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말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첫 대규모 합병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차세대 자동차산업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더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까지 노릴 수 있게 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같은 시장 상황에 수동적으로 몸을 맡기는 게 아니라 시장의 이슈를 직접 창출하겠다는 결단의 산물이라는 평가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시너지 효과는 해외투자자들 사이에서 더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갤럭시S8'을 시작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갤럭시S8에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인수한 비브랩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음성기반 인공지능 개인비서서비스인 빅스비가 탑재된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홈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도 추진한다. 비브랩스나 미국 빌트인 프리미엄가전 제조사 데이코 인수가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 LG '스마트 생태계' 구축…LS도 에너지 효율기술 상용화 = '가전제국' LG그룹의 큰 그림은 스마트가전과 생활로봇 생태계 구상에서 엿보인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융복합 기기와 통신 서비스를 중심으로 스마트 가전에서부터 생활로봇까지 새로운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룹의 주축인 LG전자 (97,900원 ▼900 -0.91%)는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시회인 'CES 2017'에서 가정용·공항용 로봇을 처음 소개했다. 안승권 LG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장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인공지능 기술을 앞세워 LG만의 차별화된 혁신 기술로 더 나은 삶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플랫폼에 자율주행 기술을 융합한 상업용 로봇시장도 타깃이다. LG전자는 2013년 자동차 부품 관련 조직을 통합해 VC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VC 사업본부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5929억원에서 4분기 8657억원으로 46% 성장했다.

4차산업 시대의 컨트롤타워로 LG이노텍, LG CNS, LG 디스플레이, LG화학, LG 유플러스 등 계열사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소도 건립 중이다.

LG그룹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성공의 핵심은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이라며 "이를 위해 2020년까지 단계적 완공을 목표로 김포 마곡에 건설하고 있는 대규모 R&D(연구개발) 기지 'LG 사이언스파크'를 4차 산업을 이끌 융복합 전초기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LS (167,000원 ▲5,500 +3.41%)그룹도 오랜 기간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온 기업이다. 기존 전기·전선·동제련 등 인프라 분야 핵심 사업의 강점을 지키면서도 초전도케이블, 스마트그리드 등 디지털 전환으로 열린 신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력난 해결과 전기 절감이 가능한 에너지 효율 기술의 상용화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LS전선은 초전도케이블 시장에서 직류와 교류 기술력을 모두 확보한 세계 유일의 회사다. 2001년 초전도케이블 개발을 시작해 2004년 세계 4번째로 교류 초전도케이블 개발에 성공, 2013년 세계 최초로 직류 80㎸급 초전도케이블을 개발했다. LS엠트론은 유럽과 미국 환경 규제의 제약을 받지 않는 친환경 엔진을 장착한 트랙터로 새로운 시장을 노린다.

LS그룹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내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용량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디지털 인프라 시장 수요도 늘 전망"이라며 "차별화된 현지화 노하우로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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