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삼성 역사에서 처음으로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말았다. “이재용 구속”을 외치는 촛불여론에 힘입은 특검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데도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결과다. 1차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도 결국 받아들인 것을 보면 어지간히 부담을 느낀 모양이다.
한 사람에게도, 한 기업에도 장담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뒤엎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특검이 적시한 혐의는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등 5가지다. 법리적으론 최대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앞으로 법원은 특검법에 따라 3개월 내에 1심을 선고하고 7개월 이내에 모든 재판을 끝낸다.
삼성으로선 탄핵인용을 전제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이나 직후가 될 1심 판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자칫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징역살이가 아주 길어질 수 있다. 매에 장사 없다고 징역살이에도 장사는 없다. 또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하면 내부 분란 등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구절비이성의’(九折臂而成醫), 역시 굴원의 ‘초사’에 나오는 말로 아홉 번 팔을 부러뜨려야 좋은 의사가 된다는 뜻이다. 좋은 일이 생기려면 반드시 여러 번의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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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주역’을 해설하면서 군주가 처한 상황에 대해 “아랫사람 중에 수많은 현자가 있지만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에는 빼어난 참모가 다 모여 있고 그룹에 수백 명의 변호사가 있지만 지금 이재용 부회장은 6.6㎡(2평)도 안 되는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군주든 기업 총수든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의 처지가 본래 그런 것이다. 누굴 탓하겠는가.
궁할 땐 자신의 몸이나 닦는 수밖에 없다. 기회가 올 때까지 지혜롭게 자신을 보전하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그게 바로 수양이고 도(道)다. 이 대목이 징역살이가 이 부회장에게 주는 큰 축복이다.
지금 광장을 뒤덮은 분노와 광기도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수그러들 것이다. 그러면 이 부회장에게도 징역살이를 통해 쌓은 단단한 내공을 바탕으로 경영에 복귀하는 날이 온다. 그때는 이 부회장에 대해 병상의 이건희 회장만큼 카리스마가 없다거나 유약하다고 수군거리지 않을 것이다. 경영승계의 대가도 톡톡히 치른 만큼 누구도 더 이상 시비 걸지 않을 것이다. 비극이라고 꼭 나쁜 것은 아니며 실패가 고통만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