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도 로스쿨 나오면 '경감' 승진…편법 논란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7.02.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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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휴직 한도 2년인데, 3년과정 로스쿨변호사 따면 승진→편법 휴직 불가피

지난달 1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철성 청장 주재로 회의가 열리고 있다. 본 기사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사진제공=뉴스1지난달 1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철성 청장 주재로 회의가 열리고 있다. 본 기사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사진제공=뉴스1


경찰의 일부 승진 제도가 일선 경찰관들에게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3년 과정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나와 변호사 자격증을 따면 경감까지 별도 심사로 승진시켜주는 규정이 문제다. 연수휴직 기간은 최대 2년이어서 나머지 1년은 다른 구실로 휴직할 수밖에 없다. 휴직을 못한다면 경찰업무와 로스쿨 학업을 동시에 해야 하는 구조다.

우수 경찰인력을 양성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휴직제도 등 관련 규정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말 대통령령인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을 개정해 경찰관이 로스쿨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경감까지 별도 심사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바로 아래 계급인 경위뿐만 아니라 경사, 경장, 순경도 수혜 대상이다.

2014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경감으로 경력 경쟁 채용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임용 후 변호사 자격증을 딴 경찰관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승진제도를 만들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문제는 원칙대로라면 경찰관이 로스쿨을 다닐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71조2항3호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대학원에 다니기 위해 연수휴직을 할 때 한도는 최대 2년이다. 로스쿨은 3년 과정이다.

로스쿨을 졸업하려면 편법으로 휴직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연수휴직 2년을 쓰고 질병 치료나 육아, 간병 등의 명분으로 휴직을 1년 더 사용하는 식이다.

물론 휴직하지 않고 경찰 업무와 로스쿨을 병행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찰 업무 특성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일부 경찰관들은 이번 승진제도가 생기기 전부터 편법으로 로스쿨을 다녔다. 2015년 3월 경찰 간부 32명의 관련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돼 징계요구를 받았다. 이들은 편법으로 휴직하거나 업무를 게을리하면서 로스쿨을 다닌 경우다.


법원도 로스쿨 편법 진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감사원 요구로 징계를 받은 한 간부가 제기한 소송에서 편법 휴직으로 로스쿨을 다닌 경찰관에게 징계하는 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로스쿨은 수업이나 학습량이 상당한데 경찰관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로스쿨에 다니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임용 후 로스쿨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경위 4명이 새 제도의 혜택을 받고 올해 경감으로 승진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들이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서 징계 등을 받지 않아 승진에 결격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식 징계기록이 없을 뿐 현행 휴직 규정 등을 고려하면 로스쿨을 어떻게 다닐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 4명 중 1명은 2년 연수휴직 후 다른 명분으로 1년 휴직했다고 알려졌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소장(전 강릉경찰서장)은 "준법사회를 유지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경찰이 오히려 편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 대학의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현실에 맞지 않는 승진제도는 경찰관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찰간부(경위)는 "동기들 사이에서 일을 열심히 하기보다 편법으로 로스쿨 변호사가 돼 승진하자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며 "원칙을 지키고 일에 집중하는 직원들은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찰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현직 경찰관이 정상적으로 로스쿨에 다닐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편법으로 로스쿨을 다니는지 계속 살펴보고 있고, 적발돼 일정 수준 이상 징계를 받을 경우 승진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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