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끄는 유상증자, 6개월 넘기면 '공시위반'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17.02.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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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최초 납입일 6개월 넘어가면 '불성실공시'…거래소 "제도 사각지대 악용 기업 규제"

"1년을 기다렸는데…" 개인투자자 고모씨는 지난해 2월 세한엔에스브이 (135원 ▼100 -42.5%)의 98억원 규모 유상증자 공시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납입 예정일마다 번번이 정정공시가 올라오며 증자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 사이 6000원대였던 주가는 1000원대로 하락했다.

올해부터 코스닥 상장사들은 유상증자 일정을 6개월 이상 연기할 경우 공시위반 제재를 받는다. 증자 일정이 장기간 연기되면서 피해를 받는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소가 내놓은 대책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코스닥 상장기업은 최초 유상증자 공시에서 기재한 납입기일을 6개월 이상 연기하는 경우 공시변경으로 불성실공시 제재를 받는다. 다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납입일이 연기됐을 경우는 규제 적용이 제외된다.

지난해까지는 기업 사정에 따라 정정공시를 하는 데 있어 횟수나 기간 등 별도 제한이 없었다. 기업 사정을 고려해 규제를 최소화하자는 이유에서였다. 최종적으로 유상증자를 철회하는 경우에만 공시번복으로 인정, 불성실공시 대상으로 지정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은 5점 이상 벌점을 받을 경우 1거래일 거래가 정지된다. 불성실공시로 인한 벌점이 1년간 15점을 넘으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고, 1년 안에 15점이 추가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벌점 기준은 공시위반 사유나 경중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시불이행은 4점이 부과된다.

일부 부실기업이 제도 사각지대를 악용해 대규모 유상증자 공시 후 납입일정을 장기간 연기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가중된 것이 거래소의 규제 강화 배경이다.

실제로 유상증자 소식에 투자를 결심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세한엔에스브이는 유상증자 공시를 냈던 지난해 2월 후 주가가 80% 하락했다. 썬코어도 공시당일인 지난해 10월20일 종가가 5300원에서 현재 반토막 났다. 지난해 1월 2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낸 씨그널엔터테인먼트는 1년간 증자를 연기해오다 지난달 결국 증자 철회 공시를 냈다.


다만 올해 최초 공시를 낸 기업들부터가 개정안 규제 대상이기 때문에 지난해 유상증자 공시를 낸 뒤 지금까지 일정을 연기해 온 세한엔에스브이와 아리온, 썬코어, 삼원테크 등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정안 시행 첫 대상은 유테크 (1,730원 0.00%)신양오라컴 (17원 ▼6 -26.1%) 등이다. 이들은 올해 유상증자 공시를 낸 뒤 한두 차례씩 납입일을 연기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상증자 일정이 장기간 연기될 경우 증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올해부터는 기업들의 무책임한 공시로 인한 투자자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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