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금융위기, 물가상승률 더 떨어뜨렸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01.22 12:00
글자크기

한국은행 분석…2004~2015년 물가상승률 평균 0.98%p 하락 효과

/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2004년부터 시작된 자유무역협정(FTA)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을 더 떨어뜨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낮은 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 하락,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고령화 이외에도 이 같은 외부적 요인들이 동시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와 임호성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2일 공개한 ‘FTA의 물가안정화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FTA를 전혀 체결하지 않았거나 국제금융위기가 없었다면 2004년 2분기부터 2015년 2분기까지 CPI는 3.47%로 실제 CPI 2.49%보다 0.96%포인트 더 높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FTA 체결에 따른 물가상승률 하락 효과는 매년 0.53%포인트, 국제금융위기로 인한 물가상승률 하락 효과는 0.47%포인트로 집계됐다.



무역비중, 무역의존도 변화도 CPI에 영향을 줬다. 무역의존도 변화 없이 FTA 체결국과의 무역비중이 1%포인트 높아지면 CPI는 0.20% 정도 낮아졌다. 반면 FTA 체결국과 무역비중에 변화 없이 무역의존도가 1%포인트 높아지면 CPI는 약 0.19% 높아졌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물가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분석결과 시중 통화량(M2)이 1% 증가할 경우 CPI도 장기적으로 0.2~0.3%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72개 세부 품목의 CPI 가중치를 활용한 분석 결과를 통해서도 FTA의 물가 하락 효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FTA 체결로 2004년 2분기에서 2015년 2분기까지 연평균 CPI를 0.76%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다.

FTA로 가격이 10% 이상 하락한 품목은 육류(-15.8%), 신발(-42.7%), 해소 및 해조(-79.1%), 아동복·유아복(-31.5%) 등이었다. 반면 FTA로 10% 이상 가격이 오른 품목은 생수·과일주스(11.7%), 우유·치즈 및 계란(26.0%), 가정용 기구(13.7%), 정보처리기기·소모품(14.0%) 등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FTA가 각 품목별 가격에 차별화된 영향을 미쳤지만 CPI 총지수를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OECD 34개국 물가지수 자료를 비교한 결과, FTA의 물가상승률 인하 효과는 무역의존도가 낮은 나라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양자·다자간 체결된 FTA는 관세율 인하, 수입쿼터 폐지 등의 효과로 수입품 가격을 낮추고 이로인해 국내 판매가격을 직접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수입량이 늘어날수록 중장기적으로 CPI를 낮추는 효과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