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상 입은 특검…朴대통령 대면조사 늦어지나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7.01.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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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이재용 부회장 구속 실패…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입증 난항 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실패했다.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수사의 최종 목적지인 박근혜 대통령 수사에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9일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전날 오전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이 부회장은 귀가 조치됐다. 법원은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을 구속 수사하겠다는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회장 영장심사는 특검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컸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역시 증명하기 쉽지 않다. 이날 영장 발부 여부는 향후 특검 수사의 향배를 결정지을 수 있는 최대 분수령이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필요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박 대통령의 도움을 얻는 조건으로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를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국민연금이 문제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박 대통령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압력을 넣었고, 이로 인해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었다.



특검은 이 대가로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과 지난해 2월 이 부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종목인 승마와 최씨 조카 장시호씨 회사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이 부회장에게 430억 원대 뇌물공여, 수백억 원대 횡령 및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이 부회장 측은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결국 법원은 "대통령의 강요로 돈을 준 피해자"라며 "어떤 대가를 바라고 최씨 일가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이 부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 대통령을 향한 특검 수사의 동력이 떨어졌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죄 수사에 집중한 것은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대가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역시 쉽지 않게 됐다.


뇌물죄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을 대면 수사하기도 전에 공여자인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성급한 결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다음 달 초로 예고했던 대통령 대면조사 역시 불투명해졌다. 관련 증거와 관계자 진술 등을 추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다음 달 초로 대면조사 '시한'을 못 박은 것은 구속으로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기소 전 최장 20일까지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명확하게 조사한 뒤 한 번의 조사로 끝을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같은 계획이 틀어지면서 수사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심사 결과와 상관없이 대기업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검은 아직 수사 종료까지 한 달 넘게 시간이 남은 만큼 추가 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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