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19일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전날 오전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이 부회장은 귀가 조치됐다. 법원은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을 구속 수사하겠다는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필요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박 대통령의 도움을 얻는 조건으로 '비선 실세' 최순실씨 일가를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국민연금이 문제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박 대통령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압력을 넣었고, 이로 인해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었다.
이 부회장 측은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결국 법원은 "대통령의 강요로 돈을 준 피해자"라며 "어떤 대가를 바라고 최씨 일가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이 부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 대통령을 향한 특검 수사의 동력이 떨어졌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죄 수사에 집중한 것은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였다. '대가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역시 쉽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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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을 대면 수사하기도 전에 공여자인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성급한 결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다음 달 초로 예고했던 대통령 대면조사 역시 불투명해졌다. 관련 증거와 관계자 진술 등을 추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다음 달 초로 대면조사 '시한'을 못 박은 것은 구속으로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기소 전 최장 20일까지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명확하게 조사한 뒤 한 번의 조사로 끝을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같은 계획이 틀어지면서 수사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심사 결과와 상관없이 대기업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검은 아직 수사 종료까지 한 달 넘게 시간이 남은 만큼 추가 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