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비율 논란 '그만'…주가 의존하는 기업가치평가 손본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안재용 기자 2017.01.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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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기업평가에 '자산가치' 반영 법 개정안 발의…"주가 다른 변수 旣반영 시장가격" 반론도"

삼성물산 합병 논란을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기업 합병 과정의 가치평가 방식 개선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주가 위주의 현재 합병비율이 합리적인지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정치권에서는 기업가치를 산출할 때 주가뿐만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고려하도록 관련 법을 고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새해 '자본시장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합병·유상증자 과정에서 활용되는 현행 자본시장법령상 가치평가 기준이 적정한지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가치산정 기준일 또는 산정방식 등에 대한 규제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가를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는 가치평가 방식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만큼, 현재 방식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합병비율 논란 '그만'…주가 의존하는 기업가치평가 손본다


2015년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산출이 옛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져 있던 시기에 결정돼 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다. 합병 당시 시장가치 산정을 위한 기준일은 2015년 5월 25일이었으며, 이를 전후로 2개월·1개월·1주일 주가를 가중평균해 1 대 0.35의 합병비율이 결정됐다.

반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주가 기준으로 산출된 합병비율은 자산가치가 큰 삼성물산 주주에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등 약세였던 옛 삼성물산의 주가에 의존해 합병비율을 결정한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두 기업의 시장가치를 분석해 산출한 적정 합병비율도 1 대 0.46이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올 2분기 중으로 전문연구기관 용역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개선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주가 외에 자산가치 또는 수익가치 등을 기업가치 평가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방안이 제도화될지 주목된다.

기업가치 평가 합리화는 정치권 역시 주목하는 문제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가와 함께 자산가치·사업가치 등 내재가치를 기업평가에 고려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기업 내재가치에 대한 공정한 분석을 통해 제2의 삼성물산 논란을 막자는 게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인위적인 주가 누르기 논란이 벌어져 기업 가치평가 수단으로서 주가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 만큼, 자산가치 등도 고려하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가에는 기업 내재가치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새로운 평가 방식이 오히려 기업가치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는 자산가치와 사업가치가 반영된 일종의 시장가격인데, 여기에 자산 등을 추가로 고려해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도 "기업가치 관련 판례에서도 주가를 활용한 가치산정 자체가 문제가 된 적은 없다"면서 "현행 방식에서 가치산정기준과 기준일자, 구체적인 산정방식, 가중평균치 등의 다양한 변수가 적절하게 적용되는지 검토하고, 그 결과 지금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면 현행 방식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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