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트럼프 랠리'의 부실한 속사정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6.1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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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로 6주 동안 뉴욕증시의 대표지수인 S&P500은 약 6% 올랐습니다. 대통령의 힘이라는 게 참 대단한 것이죠. 지지부진하던 증시가 새 대통령의 새 정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그렇게 많이 오른 겁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그러면 기업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 주가가 오른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증시의 기대감은 다른 곳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바로 대대적인 감세입니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율은 39% 정도 됩니다. 트럼프는 이를 15%로 내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는 25% 정도로 인하될 것으로 기대들 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S&P500 기업들의 평균 주당 순이익은 10% 정도, 10~15%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기업 이익이 증가할 전망이니 주가가 오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 감세 재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국채발행으로 충당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질 일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국채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금리 대폭 상승)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고 국가부채가 증가한다면 나중에 결국 세금을 더 거둬야 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다른 부문의 지출을 줄여서라도 빚을 축소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경제성장은 장기적으로 둔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감세 혜택을 받게 된 대기업의 주주들은 이미 돈이 많기 때문에 세금 깎아준 돈이 새로 생긴다고 해서 더 쓰지는 않을 것이니까요.


이렇듯 트럼프의 '부자감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미국 상장 대기업들의 이익 증가속도도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시나리오와 부자감세 시나리오를 대략 산술적으로 비교해 본 결과가 위 그래프입니다. 당장에는 기업이익이 껑충 뛰어 오르지만 더딘 성장속도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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