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정치상식]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

머니투데이 정두언(17·18·19대 국회의원) 2016.12.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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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우리가 잘못 아는 정치상식 40가지](3)

편집자주 "권력을 잡는 건 언제나 소수파다"? 돌직구, 전략가, 엔터테이너... 수많은 수식어처럼 존재감을 뽐내는 정두언 전 의원이 흔한 정치상식을 깨는 신선한 관점을 머니투데이 the300을 통해 전합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정두언 전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현직 새누리당 탈당 의원 모임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6.12.1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정두언 전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현직 새누리당 탈당 의원 모임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6.12.18. [email protected]


3.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
최고 권력자는 권력을 나누어주는 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소위 ‘87년 체제’ 이후만 볼 때에도 김영삼, 노무현 정도만 어느 정도 예외였고 나머지 대통령들 특히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권력이 나누어지는 것을 무척 경계했던 것 같다. 내가 권력의 속성을 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권력은 나누면 커지고 움켜쥐면 작아진다고 믿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운 라이벌인 힐러리 클린턴을 장관 중의 장관인 국무장관으로 임명하고 미국의 외치를 그에게 일임했다. 막강한 힐러리 클린턴 장관에게 대통령의 권력을 나누어주었다고, 오바마 대통령의 권력이 작아졌는가. 국무장관의 힘이 크면, 대통령의 힘도 덩달아 커지는 것이다.



권력은 나누면 커진다는 것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람이 미국의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이다. 우리나라에서 『권력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Teams of Rival』이라는 책은 오히려 권력을 경쟁자들에게 나누어줌으로써 더 강력한 지도자가 된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 권력이 줄어들까봐 두려워서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힘 있는 장관보다는 고분고분한 스타일의 무난한 장관만을 선택하는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성공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확률보다도 적다고 본다. 그런 쫌생이 대통령이 국가지도자가 되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불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의 캠프에서는 항상 헤게모니 쟁탈전이 벌어진다. 이회창 캠프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때는 강재섭이 했다가 서상목, 서정우 등 캠프의 주도권을 가진 사람이 계속 바뀌었다. 따라서 캠프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자리를 보존하고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에 온 힘을 다 했다. 하루 일과가 100이라면 그 중 일은 20~30 하고, 나머지 70~80은 자기 자리를 철벽수비하는 데 쓴다.

나는 그 폐해를 이회창 캠프에서 두 차례나 본 후 캠프를 저런 식으로 운영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기득권을 버려야 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MB캠프에 새로 들어오면 내 역할을 나누어 주고, 충실히 뒷바라지 해주려 노력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이 종반에 이를 무렵이었다. 경선 캠프에 몇 명이 추가로 영입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조선일보 출신으로 정태근에 이어 디지털팀을 새로 맡게 된 진성호였다. 그런데 이미 사무실이 꽉 찬 터라 진성호의 자리가 없었다.


나는 이미 진작에 있던 내 자리를 최근의 신입자에게 양보하고 사무실 한 귀퉁이에 있던 책상을 쓰고 있던 터였다. 난감해 하는 진성호를 불러 내 구석자리마저 내주었다. 진성호가 "형님은?" 하기에 "나는 어차피 자리에 붙어 있을 시간이 별로 없다. 핸드폰만 가지고 왔다 갔다 하면 되지 무슨 자리가 필요하냐"고 했다. 소위 캠프의 실세가 자기 자리도 없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루는 차명진 전 의원이 내게 "형, 나는 실세라는 사람이 형처럼 하는 것 처음 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나는 그것이 자신의 힘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회창 캠프의 반면교사로써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자리를 보존한다고 철벽수비를 하다가는 누구한테 당해도 당한다는 것을 한 두 번 보았는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권력은 나누면 커진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권력은 나누면 작아진다 생각하고, 자기가 가진 권력을 쥐려고 발버둥 치다가 넘어지곤 한다."

만일 내가, 이회창 캠프의 예처럼 내 자리를 보전하려고 애를 썼다면 나는 그 자리를 지키기 힘들었을 것이다. 설령 지켰다 하더라도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과 각축을 벌이다가 결국 ‘그들 중의 하나(one of them)’로 취급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훗날 나는 내 자리와 역할을 양보하고 넘겨준 사람들 보다는 늘 ‘형님’ 대접을 받았던 게 아닌가 싶다. 이렇듯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캠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계속 할 수 있었던 비결을 하나 더 소개한다. 나는 MB에게 이것저것에 대해 보고하고 건의할 때 사전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내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얘기할 때는 반드시 실명제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즉, ‘이 얘기는 아무개의 의견입니다. 지금 누가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심지어는 가능하면 아이디어의 소유권자를 직접 데리고 가 MB를 만나게 해주기도 했다. 이것이 주변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내게 사람이 몰렸다. 사람들이 내게 기대와 믿음을 갖고 모여들었고, 나는 그 힘을 결집하여 나와 그들과 캠프의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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