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전 의원/머니투데이
이승만 때 이기붕을 비롯해서 박정희 때 김종필(JP) 등 역대 정권마다 그 정권에서 최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후계자를 꿈꾸었던 사람들 중에 후계자가 된 사람은 다소 예외적인 케이스였던 노태우를 빼고는 아무도 없다. 물론 그 사람들은 당대 정권에서 여러 가지로 부귀영화를 누리긴 했다. 하지만 그들이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지 물려받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권력을 물려주고 물려받는 것을 고깝게 생각할 뿐 아니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대한민국 정치사가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현재 권력에 눈치를 보며 아부하고 충성하는 사람이 대권을 꿈꾼다면 그는 ‘세상에 공짜 없다’는 진리를 거스를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대개 주류 다수파는 가진 게 많아 가진 걸 지키려는 속성이 강하고, 비주류 소수파는 가진 게 없다보니 끊임없이 도전하고 모색하는 속성이 있다. 항우가 왜 망했는지, 장개석이 왜 망했는지를 보면 이 주장이 옳다는 게 분명하게 드러난다. 노무현의 정치역정을 보면 끊임없는 도전과 모색의 과정이었다. 가진 게 거의 없었던 그는 잃을 것도 없기 때문에 배짱 좋게 바보행보를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일례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외고개혁이나 감세철회와 같은 개혁 법안을 제안하면, 곧바로 그에 대한 이러저러한 문제점들이 줄줄이 제기된다. 주로 사회 엘리트 출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얼마나 똑똑한가. 그들의 논리는 정연하고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문제점들이란 게 주로 변화와 개혁안을 시행할 경우 잃게 되는 것들을 말한다.
무슨 일이든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다 보면 잃는 게 있고 얻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위 가진 게 많은 기득권자들은, 소위 주류 다수파들은 매사에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크게 생각한다. 그러니 변화와 개혁은 구두선일 뿐 구체적인 실천단계에 들어가면 되는 게 없고 전혀 진도가 안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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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소수파들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며 도전하고 모색하면서 역량을 키우고 민심에 자신을 맞추어 가는 반면, 주류 다수파들은 가진 것 지키느라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현상유지하다가 결국 무기력하게 패배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최근 새누리당에서 분명히 목도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비주류 수장으로서 당권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번번이 주류의 도발에 맞서다가 30시간의 법칙을 어기지 못하고 물러섬으로써 스스로 도약의 길을 걷어차버렸다. 지금 새누리당에 남아서 대권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새누리당에서 주류의 수장 되어 대망에 도전하려는 건 아닌가 하고. 그렇다면 그의 최고치는 곧 사라질 정당의 대권 후보는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거기까지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