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철판, 그를 만나면 꽃이 핀다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16.12.1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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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냉연 제품에 무늬 입히는 김아진 동국제강 디자인팀 대리

김아진 동국제강 디자인팀 대리가 가전제품에 적용할 꽃무늬 패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동국제강김아진 동국제강 디자인팀 대리가 가전제품에 적용할 꽃무늬 패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제철소 쇳물로 만든 열연을 더 매끈하고 미려하게 만든 냉연, 이 냉연 강판에 화려한 색상과 무늬를 새긴 특수 컬러강판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변신한다.

김아진 동국제강 디자인팀 대리(32)는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앱스틸에 그림을 그리는 디자이너다. 그가 만든 컬러강판 디자인은 프로야구팀 넥센 히어로즈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 광화문 D타워 등 주요 랜드마크에 적용됐다. 벽지 패턴 디자이너였던 김 대리는 2013년 동국제강그룹이 컬러강판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현재 동국제강과 합병한 유니온스틸에 입사했다.



김 대리는 "벽지 종이에 그리던 그림을 같은 방식으로 소재만 다르게 만든다고 생각했다"며 "컬러강판에 찍는 무늬와 패턴 역시 유행을 탄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요즘 꽃무늬는 주로 서남아시아, 파키스탄, 인도 등에서 많이 팔리고 국내에서는 단순한 추상 무늬, 러시아와 유럽에서는 나무 무늬가 잘 나간다.

벽지 디자인과 가장 다른 점은 샘플과 제품이 모두 '쇳덩이'라는 점. 김 대리는 "디자인한 색상이 소재에 제대로 입혀지는지 보기 위해 부산 공장을 자주 가서 직접 제품을 뽑아보고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며 "벽지 디자인 때와 달리 컬러강판은 샘플링 실패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현장 및 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편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리가 처음부터 철강업계에서 일할 생각을 한 건 아니다. 그는 섬유 원자재인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 중 소재에 입혀지는 패턴을 주로 공부한 김 대리는 "학교 다닐 때는 이런 직무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웃었다.

그는 최근 진행한 엘리베이터 박람회장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자신이 디자인한 패턴을 최초로 적용한 외국계 엘리베이터 업체들의 제품이 호평을 받은 것. 타사에서도 어떤 외장재를 썼는지 문의가 밀려들어왔다. 김 대리는 "스테인리스처럼 보이는 고급스러운 기하학 패턴을 적용했다"고 전했다.

김 대리는 "냉연 디자인 제품은, 외관상 예뻐도 물리적 성질이 고객 요구만큼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리(동국제강) 컬러강판은 다양한 기법으로 제품을 생산해 대체제가 많은 구성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 대리는 "사회 전 분야에서 냉장고, 건물 외장재 및 내장재, 방화도어 지붕 등에 철강이 적용된다"며 "벽지회사 있을 때 인테리어업체에서 벽지 브랜드 문의하듯이, 동국제강 브랜드 럭스틸과 앱스틸이 일반 소비자에게도 알려지는 브랜드로 상용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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