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제보자' 류영준 교수 "韓 줄기세포, 여전히 사기판"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안정준 기자 2016.12.01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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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가능성, 대부분 허구…연구자들 솔직해져야"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김지산 기자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김지산 기자


인간 난자로부터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며 2005년 '사이언스'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 발생 후 11년. 국내 줄기세포 연구는 박제된 채 제자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차병원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가했다. 줄기세포판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한국 줄기세포 연구는 한 발도 더 나아갈 수 없다." 류영준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황우석 사태를 불러온 최초의 제보자인 류 교수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의학계와 권력의 결탁이 한국 줄기세포 연구의 최대 '적'이라고 밝혔다. 류 교수는 황우석 박사 연구팀 내 2인자였지만 비윤리적 난자 확보 과정과 연구결과의 허구를 확인한 뒤 양심선언을 했다.



류 교수는 차병원을 비롯해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특혜논란의 핵심은 연구허가와 연구비 지원 결정권을 갖고 있는 권력(정부)과 의료계의 결탁이라고 봤다. 그 시작은 황우석 박사이며 '황우석 스캔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황 박사가 얼마전 최상위 핵심권력층에 접근해 정부 차원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 필요성을 강변한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 비서관들도 참여한 회의에서 '차병원이라도 연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황 박사는 올 7월 한 강연회에서 "지난달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 후배나 동료에게라도 (줄기세포)연구 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회의 한 달 뒤 보건복지부는 차병원의 연구를 허가했다.


류 교수는 "차병원의 연구가 시작되면 금기시 됐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틈이 벌어지고, 황 박사 자신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연구재개 등 뭔가 챙기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자와 기업, 권력의 공생은 오랜 세월 은밀히 진행돼 왔다고 류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로비 성격의 줄기세포 시술은 과거에도 국회의원과 전직 VIP(대통령)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며 "치료제 개발 연구나 시판에 이들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 산업계 종사자 전반의 '양심 회복'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한 치료법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주장한다"며 "이것은 줄기세포 연구 발전을 좀 먹는 사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류 교수는 특히 "지금까지 연구결과로 줄기세포를 통해 척추, 뇌, 심장, 파킨슨병 등 치료가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제 남은 건 눈(目)정도"라며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연구지원이 끊기고 연관산업이 모두 날아갈까 두려워 입을 다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우석 사태로 지난 10년간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정체되는 경험을 했으면서도 연구문화는 바뀐 게 없다"며 "환자들에게 희망고문을 일삼고 허황된 연구목표를 제시하는 관행이 계속되면 제2 황우석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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