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소송 걸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재판 받나

머니투데이 조성은 인턴기자 2016.1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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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건 소송 계류 중…임기 종료 시까지 소송 연기하자는 주장도 나와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대통령으로서 국정에 집중하기 위해 트럼프 대학 소송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8일(현지시간) 2천500만 달러(약 295억원)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트럼프 대학 소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대학 인가를 받지 않았음에도 ‘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부동산 투자비법을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고액의 강의를 개설한 뒤 제대로 된 투자비법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기 혐의로 해당 프로그램 수강생들과 뉴욕주 검창총장 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유세기간 내내 "학생들로부터 적법한 수강료를 받은 것이며 많은 학생들이 해당 강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사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던 트럼프가 지난 8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예상 외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종전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사소한 문제에도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소송에 맞서 왔던 그가 트럼프 대학 소송에서 선뜻 합의에 응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러한 그의 처사를 대통령 취임 전 국정운영에 방해가 될 요소들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합의로 사건이 종결되면 트럼프는 법정에 출두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온라인 언론매체 데일리비스트(the Daily Beast)는 "트럼프가 현재 피고인으로 계류 중인 소송만 75건"이라며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후에도 현재 계류 중인 소송들 때문에 적지 않은 골치를 앓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현재 트럼프가 직면한 소송들이 국정운영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가운데 14건은 선거운동에 관한 것이고, 연방법원에 접수된 소송 중 10여건은 미래의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들(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 월트 디즈니)을 공동피고로 제기한 소송이다. 심지어 트럼프가 유괴범이라는 황당한 소송도 있다.


그러나 그 외의 소송들은 사기, 부당해고, 통신법 위반, 명예훼손 등 그 내용이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대통령 유세 중에 다수의 여성들이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여성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글로리아 알레드(Gloria Allred)와 민권변호사 리사 블룸(Lisa Bloom)이 이들을 변호해 트럼프를 상대로 고소를 했다.

버지니아 대학의 로스쿨 사이크리슈나 프라카시(Saikrishna Prakash) 교수는 "트럼프와 그의 사업이 직면한 미해결 소송들이 너무 많다"며 "소송에 신경쓰다 보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다" 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리고 14일자 LA타임즈 칼럼을 통해 트럼프가 국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의 임기 동안 계류 중인 소송을 모두 연기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현직 대통령의 소송을 임기 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7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Bill Clinton)은 폴라 존슨(Paula Jones)에 의해 제기된 성추행 소송을 그의 임기가 끌날 때까지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 대법원은 그의 청구를 만장일치로 기각하고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소송이 진행되도록 했다.

대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법의 형평성에 따른 것이다.

뉴욕대 로스쿨 스티븐 길러(Stephen Gillers) 교수는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사건해결을 위해 최대 4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원고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소송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로스쿨 마이클 게이어하드(Michael Gerhardt) 교수는 "미국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진행 중인 소송이 멈추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재임기간에 휘말린 소송분쟁들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만약 향후 소송 중에 수치스러운 일이 추가로 폭로된다면 트럼프를 난처하게 만들 수 있고 심할 경우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선캠프 변호사인 도널드 맥간(Donald McGahn) 전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위원장을 백악관 변호사로 지명하며 자신의 소송에 대응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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