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 ASML 최고경영진들이 지난 14일 서울 삼성전자사옥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협력을 논의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피터 베닝크 ASML 회장, 헤라르트 클레이스테를레이 ASML 감독이사회 의장.
ASML은 반도체리소그래피(노광) 시스템 분야 시장 점유율 65%의 세계 1위 기업으로 전세계 16개국 70여개 도시에 1만 400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반도체 리소그래피 장비는 집적회로를 실리콘웨이퍼에 프린팅하는 최첨단 사진기술과 같은 것으로 EUV(극자외선) 장비 1대당 2000억원에 달한다.
ASML 경영진들은 이날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평택반도체단지'를 방문한 후 서초사옥을 찾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전영현 메모리사업부 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들과 차세대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부회장의 모습은 현장에선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12년 차세대 노광기 기술개발 협력을 위해 ASML 지분 3%를 보유하다가 지난 9월 지분의 절반인 1.5%(650만주, 약 6000억원)를 매각한 바 있다. 피터 베닝크 회장은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삼성평택반도체단지 기공식에도 테이프 커팅 자리에 참석한 바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회동이 끝난 후 머니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핵심 반도체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ASML 경영진의 통상적인 방문"이라면서도 "ASML이 차세대 투자를 위해 감독이사회 멤버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ASML은 피터 베닝크가 이끄는 경영이사회(5명)와 필립스 전 CEO였던 헤라르트 클레이스트를레이가 이끄는 감독이사회(9명)로 구성돼 있다. 경영이사회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짓더라도 감독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회사 경영이사회에서 감독이사회 멤버들에게 삼성전자의 투자계획 등을 보여주고, 차세대 투자 승인을 받기 위한 방한이라는 것.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7나노 이하의 미세회로 공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ASML의 진화된 EUV 기술이 필요하며, 2020년까지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ASML이 차세대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번에 주요국의 반도체 메이저들을 돌아보면서 미래 가능성을 점검하는 자리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ASML의 지분을 매각한 삼성전자가 이 회사에 재투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ASML 경영진들은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나 SK하이닉스는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 행사차원에서 ASML 경영진들이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며 "ASML 경영진의 SK하이닉스 방문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은 2017년까지 1단계 투자만 15조 6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며, 전체 규모는 삼성 반도체 화성사업장(159만㎡)보다 2배 가량인 289만㎡로 조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