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시대 개막…책임지고 위기 돌파하겠다 의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기성훈 기자 2016.10.27 15:08
글자크기

이건희 회장 맡았던 3개 직책 사실상 모두 승계…책임과 의무 다해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48기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시대가 열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맡았던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에 오른데 이어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부친이 맡았던 3개의 직책을 모두 물려받았다. 이로써 2년여를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 그룹의 총수 지위를 확고히 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공식적인 경영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수년간 경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고, 지난 2년간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실적 반등과 사업재편을 이끄는 등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였다고 평가해 이사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이사에 선임되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회사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 8년여 만에 오너가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이 부회장이 입사한지 25년만이자 2014년 5월 10일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지금까지 901일만이다.

이 부회장은 다른 사내이사처럼 부문장(DS, IM, CE 부문 등) 직함을 갖지는 않고 총괄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의 뒤를 이어 이사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도 있으나, 급히 서두르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당장 이날부터 등기이사로서 활동을 시작하며, 앞으로 이사회에 정식 멤버로 참석해 주요 경영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대표이사 선임, 자산 처분과 양도, 투자계획 집행, 법인 이전설치 등 중대 결정을 하게 되며 이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도 진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동안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기업운영과 주주중시 경영 등을 얘기해왔다"며 "이번 등기이사 선임도 권한과 책임을 함께 지겠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를 맡은 후 첫 과제로, 이날 이사회에서 분할이 결정된 프린팅솔루션사업부의 매각 등과 관련한 문제와 갤럭시노트7 소손처리 문제, 헤지펀드인 엘리엇 등 주주들의 요구에 대한 대응 등을 이사회 등을 통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의 새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작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2년여 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흐트러졌던 삼성의 내부를 추스르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을 다독이고, 조직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