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실수요자보다는 초저금리를 이용한 투기 세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가격 '거품'이 생길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 제도, 통계가 이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봄 이사철만 해도 0.02~0.03% 상승하며 안정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들어 요동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 때문에 같은 지역의 매맷값이지만 조사한 기관에 따라 오름세와 내림세가 제각각이다. 같은 단지에서도 동과 향, 층, 리모델링 유무 등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가격이 차이가 나지만 개별 가구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다.
게다가 미분양 통계에 대한 신뢰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업체 자율에 맡기다보니 지자체에 보고하는 수치는 물론, 미분양물에 대한 선착순 분양에서 수요자들에게 알리는 정보 역시 거짓이 일상화되고 있다. 아직까지 일반 수요자들이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전무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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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석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건설사 직원 명의로 계약한 물량, 공사대금을 미분양아파트로 지급한 물량, 분양을 전제로 전세로 우선 공급한 '애프터리빙' 등 미분양 통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며 "분양현황 신고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원천 통계의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분양제에 수요자만 '봉'=우리나라는 신규주택 공급을 짓기도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에 의존하고 있어 신규주택의 공급 및 거래량을 파악하기 위한 주택 분양·미분양통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분양가구수, 초기분양률, 미분양주택수 등 통계는 있지만 부정확할 뿐 아니라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선분양제는 이자뿐 아니라 입주 시점에 집값 하락 등 위험부담을 소비자가 거의 떠안는 구조다. 건설사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식으로 '밀어내기' 분양을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지금 주택 과잉공급과 가계부채의 악순환을 해결하려면 후분양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고도성장기에 주택공급을 빨리하기 위해 (선분양제도를) 만들었지만 시장의 자유로운 선택은 아니었다"며 "나름 역할은 있었지만 지금은 아직 짓지 않은 주택을 파는 데 따른 문제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투자와 소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경제정책이 집값만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물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집값만 오르는 것은 전형적인 거품경제의 모습이어서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지난 8·25가계부채대책 발표로 실수요자도 가격 상승을 우려해 무리하게 주택 구매에 뛰어들 우려가 크다"며 "거품과 그 부작용으로 우리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기 전에 투기 가수요를 없애 정상적인 주택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