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은 25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브런치콘서트 '다담' 초대손님으로 나서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자유롭게 풀었다. /사진제공=국립국악원
소설가 김훈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그는 25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의 '다담' 브런치콘서트에 초대손님으로 나서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냈다. "(다음 작품은) 내가 살아온 시대를 써보고 싶다"고 밝힌 그는 오늘날 '헬조선'으로 불리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훈은 이 같은 현실이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면서도 결국 젊은 세대가 스스로 기득권을 빼앗고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현실이 바뀌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회의 '멘토'니 하는 것들은 절대 믿지 마세요. 헛소리하고 돌아다니는 거죠. 어떻게 하든 (스스로) 쟁취하지 않으면 안돼요."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대립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보수적인 사람은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라며 "내가 보수적인 사람으로 분류돼있던데 나는 (그것에) 자부심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젊은이는 경험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과 꿈, 이상을 기준에 두고 현재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보수적인 사람과) 다 같이 가는거지 대척점에서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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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적대세력 돼서 물고 뜯고 싸우는 게 이상하죠. 대신 생활의 상식을 일상 속에서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재난에 개입하고 남의 고통을 이해하는 감수성을 가지고 약한 자의 것을 뺏어 먹지 말고…그런 기본적인 상식을 조금씩 실천하는 수밖에 없어요."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연필과 지우개를 사용해 손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이제는 하루에 다섯매 쓰기도 어렵다"는 그는 '대학'에 나오는 '필일신'(必日新)이란 단어를 작업실에 붙여놨다고 했다. "날마다 반드시 새로워져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퇴보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글을 한 편 쓰고나면 당장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도록 그를 붙잡는 단어다.
자신과의 싸움을 거치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듯, 그는 사회 구조 역시 꾸준한 견제를 통해 새로워질 수 있다고 봤다. 김훈은 "기성 사회 시스템이 젊은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회의 변방을 겉돌고 헤매게 한다면 그 시스템은 낡아서 무너지게 돼 있다"며 "결국 (기성세대와 젊은이들의) 견제와 대립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