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꽃보다 아름다운 꽃병

머니투데이 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 2016.10.26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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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꽃보다 아름다운 꽃병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은 100명의 수행원만 남기고, 두 딸에 영토를 물려준다. 그런데 큰딸은 100명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하고, 둘째딸은 또 절반으로 줄이라고 한다. 심지어 큰딸은 수행원 한 명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리어왕은 분노한다. “오, 필요하고 안 하고를 논하지 마라! 가장 미천한 거지도 자기가 가진 보잘것없는 것이나마 여분을 갖는 법이다. 자연이 인간본성에 필요한 것 이상을 허락지 않는다면 인간의 삶은 짐승만큼 비천할 것이다.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쓸모없는 약간의 여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너는 알아야 한다. 꼭 필요한 것만 따진다면 따뜻한 옷도 사치고, 네가 입고 있는 그 화려한 옷들도 사치스러운 것들이다.” 세상에는 얼마든지 꽃보다 아름다운 꽃병이 있을 수 있다. “기능을 넘어 사치로, 필요를 넘어 잉여로.” 예술의 존재 이유를 알리는, 저 꽃병의 목소리가 들리시는지.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꽃보다 아름다운 꽃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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