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사이에서 술을 곁들인 저녁 회식자리를 점심으로 대체하고 코스요리보다 단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식당들도 메뉴를 정비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고급 식당을 선호하던 빌딩 관리주체도 고객층이 넓고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종을 선별해 입점시키는 등 관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그랑서울 상가 식객촌 입구 전경. @머니투데이 DB.
청탁금지법을 어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세트메뉴'를 개발해 홍보 전단지를 돌리는 등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곳들도 부쩍 늘었다.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앞 횡단보도 일대에서 배포되는 식당 전단지에는 어김없이 '김영란법 걱정마세요' 문구와 함께 '2만9900원'으로 3만원 턱밑까지 가격을 맞춘 메뉴가 포함돼 있었다.
오피스빌딩 지하에 위치한 한 남도음식점은 점심 정식으로만 팔던 2만9000원짜리 세트를 저녁에 최대 5팀까지 예약받아 제공하는 자구책을 냈다. 일정 가격을 지불하면 '소주 무제한', '맥주 무제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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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오피스빌딩에 입점한 와인 전문점은 할인행사까지 하며 성업 중이다. 이곳에서 산 와인을 빌딩 내 레스토랑이나 식당에 들고 가면 따로 돈을 내지 않고 와인잔을 제공 받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비싼 돈을 내고 와인을 직접 주문하기보다 사들고 가서 저렴하게 마시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형태다.
◇식당 자리에 화장품·옷가게…직장인 외 젊은층도 공략
광화문 D타워 내부 식당가 전경. @머니투데이 DB.
대형 빌딩들은 상가 매장을 유명 맛집이나 이태원, 강남 등지에서 브랜드화에 성공한 곳들로 선별해 입점시키는 등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직장인 회식은 거의 받지 않고 식사 위주로 영업하며 20~30대 젊은층으로 고객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식당이 폐업한 자리에 화장품, 의류매장이 들어서거나 편의점이 입점한 사례도 있다.
매장 매출 감소에 따른 임대료 하락은 아직까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공실이었던 빌딩 입점을 계약할 때 임차인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는 적잖다는 게 빌딩관리업체들의 설명이다.
중소형빌딩의 경우 폐업하는 식당이 늘어날 경우 공실률이 높아져 임대수익은 물론 건물 가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의 중소형빌딩 상가 공실률은 7.8%로 전 분기(6.7%)보다 상승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빌딩관리업체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매출 영향은 있겠지만 임대료나 건물 가치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찾는 커피숍이나 편의점, 점심 위주 매장으로 상권이 재편되는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