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부풀리기? 공모후 30%대 하락 개미의 눈물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한은정 기자 2016.10.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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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부풀리기? 공모후 30%대 하락 개미의 눈물


최근 기업공개 시장(IPO)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증권사들의 공모가 부풀리기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하반기 대어급 기업들을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증시 상황, 유사 기업들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고려하기보다는 발행사 중심의 무리한 공모가가 책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주 시장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종목들은 막상 증시 입성 후에는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는 성적을 기록중이다. 특히 하반기에 상장된 21개 종목 평균 상승률(24일 기준)은 13.29%로 상반기에 상장된 19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 17.59%보다 낮았다. 자율주행차 테마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116.50% 급등한 엔지스테크널러지를 제외한 수익률은 8.13%에 불과하다. 21개 종목 가운데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종목은 8개, 주가가 5% 미만으로 마이너스 전환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도 7개에 달했다.



올해 상장된 40개 종목을 모두 통틀어 봤을 때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폭이 가장 큰 4개 종목은 두올(-38.24%), 장원테크(-36.29%), 에코마케팅(-29.86%), 대유위니아(-28.97%)로 모두 7~8월에 증시에 입성한 종목이다.

애초 공모 희망밴드 하단을 훨씬 밑도는 가격에 상장됐던 종목들도 수익률이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엘에스전선아시아는 기관 수요예측 결과 공모희망밴드(1만~1만5000원) 하단을 밑도는 8000원에 공모가가 결정됐고 주가는 공모가 대비 19.50%가 빠졌다. 자이글 역시 2만~2만3000원이던 공모 희망밴드의 절반 수준인 1만1000원에 공모가를 정했지만 주가는 공모가 대비 -3.18%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회사와 주관사가 공모가 4만1000원~5만원을 고집했지만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게 나타나며 이후 2만9000원~3만3000원으로 낮춰 다음달 3~4일 수요예측을 다시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공모가 고평가에 대해 증권사가 고객인 발행사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공모가를 측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주관사 선정시 높은 가격을 받아 낼 수 있는 증권사를 선호한다"며 "증권사는 차후 해당기업의 채권 발행 등 또 다른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IPO 따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공모가를 높게 잡아 공모액이 커질수록 주관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 수익도 높아지게 된다. 주관 증권사는 통상 전체 공모액의 1~4% 가량을 수수료로 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호황을 타면서 공모 수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일단 높게 잡고 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던게 사실"이라며 "한번 낮춘 공모가를 높이는데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첫 희망공모가를 높게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사들의 하반기 IPO 주관 수수료는 상반기에 비해 약 4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PO 기업이 하반기에 몰린데다 두산밥캣,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어급 기업들의 높은 공모가를 들고 나온 영향이다.

올해 하반기 현재까지 신규상장한 기업 19곳의 총 공모액 규모는 약 1조900억원으로 주관 증권사가 1%의 수수료만 받았다고 해도 총 수수료는 109억원에 달한다. 하반기 상장기업과 상장 예정기업 31개 총 공모규모는 4조3100억원으로 예상돼 1% 수수료율로 계산하더라도 수수료 수익은 431억원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침체된 IPO시장 상황을 증권사들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관사들은 대개 기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만 내놓기 때문"이라며 "희망 공모가를 내놓고 수요예측을 진행할 때까지 2~3달 정도가 소요되는데 그동안 공모시장이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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