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백남기 유족 측 대리인들이 부검영장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경찰은 지속해서 기일 내 정당한 영장집행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백씨의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부검 절대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부검영장 집행문제가 자칫 장기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영장 강제집행보다는 26일 오전 0시를 기점으로 시한이 만료되는 영장을 반납하고 재신청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작전하듯이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23일에도 (부검영장 강제집행 시도) 직전에 언론과 투쟁본부에 알렸다"며 "영장 만료일까지 영장에 제시된 조건하에서 법집행기관으로 최대한의 성의를 갖고 (유족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경찰은 유족과의 협의를 위해 총 6차례에 걸쳐 협의요청 공문을 보냈고 홍완선 종로경찰서장과 장경석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등이 총 3차례에 걸쳐 병원을 방문해 백씨의 법률대리인단을 만났다. 공문은 부검을 위한 유족 측 대표를 선정하고 협의 일시와 장소를 경찰에 통보해달라는 내용이다.
이같은 과정 끝에 경찰은 지난 23일 9개 중대 800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백씨의 시신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3시간여 만에 유가족과 백남기투쟁본부 측의 거센 항의에 일단 철수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유족과 백남기투쟁본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백씨의 딸 백도라지씨는 23일 경찰이 철수하자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에서 자꾸 가족을 만나자고 하는데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도 못 치르는 데 경찰을 만나고 싶겠냐"면서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이번 경찰의 부검영장 집행 시도는) 명분 쌓기에 불과하고 꼼수일 뿐"이라며 "더이상 가족들을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투쟁본부 관계자 역시 "그간 6차례의 협의요청에 대해 가족들은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면서 "25일까지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검영장 집행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투쟁본부는 24일 부검 저지 의지를 다지며 '부검저지를 위한 36시간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투쟁본부 대표자단은 삭발과 단식 등을 통해 부검저지 의지를 밝혔고 시민들에게 "지금까지 백남기 농민을 지켜온 것은 시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집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경찰, 유족과 투쟁본부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여론의 악화와 비판 가능성을 제쳐두고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한 영장을 재신청하게 될 경우 '강제집행' 여부를 얼마나 강조할지 역시 제기되는 문제다.
경찰이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영장 집행을 예고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백남기 투쟁본부 회원들이 길을 막고 부검에 반대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