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서비스 경영체제 전환… '네이버 3.0' 시대 개막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6.10.24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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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첩' 전 본질인 서비스에 재초점…한성숙 대표 신사업 발굴 '최대 미션'

관리→서비스 경영체제 전환… '네이버 3.0' 시대 개막


네이버 3.0 시대 막이 열리고 있다. 검색 서비스 사업자 창업부터 한게임과의 합병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한 시기가 ‘네이버 1.0’ 시기였다면,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네이버 2.0’을 지나 글로벌 사업자로의 일대 도약에 나선 것. 네이버가 8년 만에 관리형 대표에서 사업형 경영인으로 대표 체제를 바꾼 이유다. 본질인 서비스 경쟁력 강화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관리형에서 IT전문가로…네이버 3.0 ‘시동’=내년 3월 부로 이해진 의장과 김상헌 대표는 각각 보직을 내려놓고 경영 2선으로 후퇴한다. 대신 한성숙 서비스총괄이 신임 대표로 등판한다. ‘관리형 경영인’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사업형 경영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네이버는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다지는 동안 관리형 대표가 절실했다. 창업 3년 만에 증시 시장에 입성하고 ‘지식iN’과 블로그, 카페 등의 서비스를 속속 성공시키며 ‘폭풍 성장’을 이뤄냈지만, 화려한 성공 신화 이면에는 시장 독점 및 지배력 남용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고포류를 중심으로 하는 한게임과 함께 성장한 만큼 사행성 논란도 꼬리를 물었다.

‘관리형’ 김상헌 대표는 법조계와 대기업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재계와 활발히 소통하며 네이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냈다. 지적 재산권 전문 판사를 지낸 만큼 인터넷 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 이슈도 합리적으로 대응했다. 동시에 한게임 분할과 라인의 미국·일본 동시 상장 등 굵직한 변화도 안정적으로 이끌어냈다. 소규모 창업자와 창작자를 끌어안는 정책을 펼치며 ‘안방 장군’, ‘골목 대장’의 딱지도 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관리형 CEO를 유지했던 건 한게임 고포류로 성장하면서 규제 이슈와 뉴스 공정성 등 정치권의 외풍이 거셌기 때문”이라며 “라인 글로벌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게추를 서비스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성숙의 네이버, ‘글로벌 전진기지’로 거듭=네이버의 세대교체는 안방 시장을 넘어 세계 각 지역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텐센트 등 IT공룡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선제적 대응체제로의 전열 정비 성격이 강하다. 특히 유럽과 북미 공략을 본격화한 만큼 새로운 경영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이 의장의 승부수는 ‘서비스’다. 네이버는 아시아 시장에서 ‘라인’ 하나로 메신저 시장을 평정했다. 북미와 유럽에서도 결국 본질인 서비스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판단한 것.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한성숙 서비스 총괄을 신임 대표로 발탁한 이유다.

한성숙 신임 대표 내정자는 섬세한 감각과 대범함, 추진력을 동시에 갖춘 서비스 전문가다. 한 신임 대표가 만든 ‘야후에서 못 찾으면 엠파스에서’라는 공격적인 광고 카피는 조용하지만 거침없는 그의 성격을 대변해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업계 반발에도 흔들리지 않고 다른 포털 내용까지 모두 검색되는 ‘열린 검색’을 주도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네이버에서는 웹에서 모바일로의 서비스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 신임 대표가 이끄는 네이버는 글로벌 진출의 ‘전진기지’의 역할을 해나갈 예정이다. 해외 전초기지에서 백의종군 하는 이 의장이 현지 개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해외에 내보낼 수 있는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실험도 한 신임 대표의 몫이다.

일각에서는 한 신임 대표 내정자가 직접 이끄는 ‘프로젝트 꽃’이 네이버의 장기적인 방향성을 보여주는 단서라는 분석도 있다. 프로젝트 꽃은 소규모 창업가와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이다. 한 신임 대표 내정자는 앞서 프로젝트 꽃을 통해 소규모 창업가와 창작자들이 네이버 플랫폼으로 세계에 진출, 우리 경제의 분수효과를 일으키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의장은 위기의 순간마다 본질인 ’서비스‘에서 답을 찾아냈다”며 “네이버 3.0 시대의 최대 미션은 국내 서비스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글로벌 시장과 연계할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될 것”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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