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선진국 금융완화 정책의 두 가지 한계

머니투데이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16.10.19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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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시평]선진국 금융완화 정책의 두 가지 한계


선진국의 금융완화 정책은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에 한계가 있지만 이를 더욱 강화하거나 지속하는 데도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리먼 쇼크 이후 선진국은 장기간에 걸쳐 양적금융완화, 제로 및 마이너스금리 정책까지 동원하면서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의도하는 바와 같이 성장세는 회복되지 않고 저물가 현상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양적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할 당시만 해도 자신만만하던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지난 9월30일 “중앙은행은 만능이 아니다”라고 속마음을 토로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일본보다 앞서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했으나 기업의 설비투자가 회복되지 않고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미국이지만 IMF의 10월 전망치에서도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은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상식을 초월한 선진국의 파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것은 선진국 경제의 잠재성장능력이 떨어진데다 각 경제주체의 불안감이나 디플레이션 기대감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출산·인구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의 성장기여도 하락과 함께 생산성 증가율이 정체되고 선진국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것이다.



대폭적인 금융완화는 기업의 설비투자와 소비확대를 통해 공급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어느 정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인구고령화에 따라 기업들이 저성장을 우려하고 가계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소비를 못 하고 금융완화의 선순환 효과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금융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기대심리는 과거 저물가에서 야기됐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계속 인플레이션 정책 의지를 보이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디플레이션 기대가 일본의 막대한 재정적자, 연금 불안 등 고령화 사회에 대한 미래 불안을 반영한 부분도 크기 때문에 일본은행의 기대 실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은 금융완화 정책을 강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계속 확대한 ECB는 유럽계 금융기관들이 금리차 수익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있어 은행 부실화 문제에 고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금리 폭을 더욱 확대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9월21일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하면서 양적금융완화에서 금리정책으로 선회하기로 했는데, 정책 결정 이후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량이 다소 줄어들었으며 의도하지 않은 출구전략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이미 양적금융완화에서 출구한 미국은 연말까지 한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의 추가 금융완화 정책이 한계를 보임에 따라 각국이 재정확대 정책에 나서 연말에 선진국 금리가 소폭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딜레마를 볼 때 저출산·인구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과 가정이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유지하고 각종 사업기회와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대가 부동산 과열보다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이노베이션과 뉴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확대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 기반으로서 젊은층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근로자가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직무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노동관행과 이를 뒷받침하는 생산적인 복지인프라를 강화하면서 성장잠재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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