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쇼크 이후 선진국은 장기간에 걸쳐 양적금융완화, 제로 및 마이너스금리 정책까지 동원하면서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의도하는 바와 같이 성장세는 회복되지 않고 저물가 현상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양적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할 당시만 해도 자신만만하던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지난 9월30일 “중앙은행은 만능이 아니다”라고 속마음을 토로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일본보다 앞서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했으나 기업의 설비투자가 회복되지 않고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미국이지만 IMF의 10월 전망치에서도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은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상식을 초월한 선진국의 파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것은 선진국 경제의 잠재성장능력이 떨어진데다 각 경제주체의 불안감이나 디플레이션 기대감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출산·인구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의 성장기여도 하락과 함께 생산성 증가율이 정체되고 선진국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것이다.
아직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은 금융완화 정책을 강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계속 확대한 ECB는 유럽계 금융기관들이 금리차 수익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있어 은행 부실화 문제에 고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금리 폭을 더욱 확대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9월21일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하면서 양적금융완화에서 금리정책으로 선회하기로 했는데, 정책 결정 이후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량이 다소 줄어들었으며 의도하지 않은 출구전략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이미 양적금융완화에서 출구한 미국은 연말까지 한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의 추가 금융완화 정책이 한계를 보임에 따라 각국이 재정확대 정책에 나서 연말에 선진국 금리가 소폭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