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가 오석근이 공간해방에서 열었던 개인전 기억투쟁 전시 현장. /사진제공=오석근
현대미술가 오석근(37) 작가가 지난해 해방촌에 위치한 전시장, 공간해방에서 선보였던 개인전 '기억투쟁' 얘기다.
그가 잊힌 과거사의 순간이 기록된 흑백 사진들을 과거사 관련 자료집 등에서 구해 확대한 뒤 전시장 복도에 배치한 작품들이다. 시간대와 장소가 서로 다른 사진들을 배치해 말하고자 한 것은 고통이다.
그는 60년 이상 된 옛 사진들을 굳이 들춰내 전시장에 대형 설치물로 선보인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오석근의 교과서(철수와 영희) 프로젝트 일부. /사진제공=오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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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작가는 국가로부터 당한 고통 또는 개인 차원의 고통을 '발굴'한다. 10여 년 전 그가 진행한 사진 프로젝트인 '교과서(철수와 영희)'는 개인이 자라며 경험한 고통의 순간을 전하는 대표적 작품이다.
그가 찍은 사진들에 교과서 속 인물인 '철수'와 '영희'를 모티브로 제작한 탈을 쓴 인물들이 등장한다. 숲 속에서 남자의 벌거벗은 아랫도리와 마주한 채 웅크린 영희의 모습은 꽤 충격적이다.
"여성들이 경험하는 성추행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어떤 이들은 어린 시절 당했던 이 같은 경험을 잊지 못한 채 성인이 되기도 하죠. 우리 성장 과정에서 있던 사건들을 주변인의 얘기 등을 통해 재구성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현대 미술가 윤대희는 오 작가에 대해 "사회나 개인의 삶을 직시하는 태도를 해학과 풍자로 표현한다"며 "때로는 그가 덤덤히 세상의 지나간 상처들을 '돌보는' 듯한 인상도 준다"고 평가했다. 탈을 쓴 인물 가운데는 바닷가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이의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견디기 힘든 외로운 감정이 물밀듯 닥쳐온 기억을 녹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