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예식장에 그 많던 화환은 어디로 갔을까?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 유닛장 2016.10.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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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세상읽기] 전시회 전에 구매 약속했는데 ‘김영란법’ 이후엔…

장례식장, 예식장에 그 많던 화환은 어디로 갔을까?


“전시회를 연다고 하니 작품을 구입했다고 하던 분들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어렵겠다고 하시네요. 음악계에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하고요…”(사진 전시회를 하고 있는 A씨)

“엊그제 병원 장례식장에 갔었는데 조화가 거의 눈에 띄지 않더군요. 예전에 너무 많았던 것도 문제지만 갑자기 조화가 없어지면 화훼농가들은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되더군요.”(대기업에 다니는 B씨)



“평소에 가끔 다니던 강남의 한 한정식 집에 들렀습니다. 김영란법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해보려고요. 전에는 빈자리가 없었는데 두 자리밖에 차지 않았더군요…”(대학교수 C씨)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지난 9월28일부터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나면서부터 우려했던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을 비롯한 기자와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 등’에 대해 ‘3 5 10 원칙’이 적용되면서 식당과 꽃집, 전시회 음악회 등이 영향을 받고 있다. ‘3 5 10 원칙’이란 식사는 1인당 3만원 이하, 선물은 5만원 이하, 결혼식과 장례식 축부의금은 10만원 이하로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A씨는 “전시된 사진을 구입해 선물을 주거나 음악회 티켓을 사서 함께 공연에 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이런 수요가 끊어졌다”며 “막연한 제재가 께름칙해서 모든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김영란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이런저런 관계를 통해 간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A씨처럼 뒤늦게 ‘김영란법’의 영향을 깨닫고 있는 사람들이 ‘캐디’라고 불리는 골프장 도우미들이다. 현재 전국에는 캐디가 약3만 명 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캐디 외에 골프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약3만 명으로 추정된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골프장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캐디 등 골프장 직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화훼 농가와 꽃집, 그리고 한우 농가와 굴비 어가 및 고급 식당들이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하던 일이었다.


B씨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 화환은 보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며 “승진한 사람들을 축하하기 위해 난을 보내는 것도 중지했기 때문에 화훼 농가들의 타격은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씨도 “김영란법 시행으로 소비감소폭이 얼마나 될지를 추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소비가 위축돼 성장률을 떨어뜨릴 것만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김영란법’이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유명한 ‘디플레이션(전반적 물가하락)’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급)식당과 꽃집, 골프장 등이 소비위축으로 문을 닫게 되면 상가 임대료가 떨어지고, 상가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연결되면 디플레이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5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1997년 말에 일어났던 외환위기와 비슷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맥락을 함께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오는 12월부터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에 유입됐던 외국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막기 위해 국내 금리를 올리면 시한폭탄인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절벽’이 우려되는 ‘김영란법’을 강행한 것은 소비심리에 나쁘게 작용함으로써,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에 누릴 것을 앞당겨 누리자는 이른바 ‘최후의 만찬’이 9월 중하순에 집중됐던 것을 감안하면 10월의 소비절벽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

경제는 바닥으로 떨어진 뒤 다시 되돌리기 쉽지 않다. ‘부정청탁 금지 및 금품수수 방지’를 통해 ‘부패 없는 사회’를 정착시킨다는 ‘김영란법’의 명분에 얽매여 경제가 고꾸라지는 것이 예상되는데 손 놓고 있는 것은, 대통령과 국회의원과 행정부 공무원들이 직무유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낄 때면 이미 대책을 마련해도 늦는다는 것을 역사는 수없이 보여줬다. 김영란법도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는 길로 가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그게 이 나라의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캐디의 하소연 – 김영란법’

처음엔
그냥 흘려 들었어요
남의 얘기려니 했지요
아니
속으로는 고소해했어요
가끔
질리게 하는 진상들을
보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고요

지금은
아니에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지요

손님이 줄어
하루 이틀 쉴 수 있어
좋다고 느낄 때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가면
돈벌이 줄고
일자리마저 없어지겠구나
라고요

그런데
맞나요?
김영란법이
부정부패 막는
서민 위한 것이라는
얘기요

모르셨나요?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
죽는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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