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가까이 활동해온 미국의 전설적인 크로스오버 재즈 밴드 오레곤이 제13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첫날 무대 헤드라이너로 올랐다. '관록'을 자랑하듯 가슴 깊이 꽃히는 음 하나하나의 미학이 남달라 보였다. /사진제공=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2일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에 묻힌 ‘제13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둘째 날 무대는 자연과 소리, 관객이 혼연일체가 돼 자라섬을 되레 ‘역동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감동의 현장이었다. 간혹 외국 뮤지션이 “우리들의 소리보다 여러분의 태도가 너무 아름답다”며 극찬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밴드 '오레곤'의 베이스.
메인 무대인 ‘재즈 아일랜드’에서 오레곤의 공연이 끝나자, ‘파티 스테이지’에선 좀 더 흥겨운 음악들이 튀어나왔다. 1일 오후 9시 20분쯤 블라디미르 쳇카르가 일단의 혼섹션(트럼펫, 색소폰 등 금·목관 악기 구성)과 함께 펼친 연주에 관객 모두 엉덩이를 흔들고 어깨를 들썩였다.
1일 '파티 스테이지' 무대에 오른 흥겨운 재즈 밴드 '블라디미르 쳇카르'. /사진제공=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이 시각 인기 뉴스
오후 10시 30분에 이어진 국내 레게 밴드 노선택과 소울소스도 잔잔한 리듬감에 탄탄한 연주를 선보이며 ‘국내 밴드로 보기 힘든’ 이미지를 구현했다. 2일 폭우가 절정에 달한 시각에 나타난 다이니우스 플라우스카스 그룹은 불편한 관객의 심기를 달랠 모양인지 전자음악과 록 사운드로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폭우에 흔들리지 않는 관객을 향해 “최고”를 연발하며 예정 시간을 넘겨서까지 함께 했다.
자라섬국제페스티벌은 무대에 오르는 음악 장르가 주로 ‘재즈’라는 점에서 음악 자체보다 자라섬 풍광의 분위기에 도취된 관객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재즈에 몰입하기 쉽지 않고, 익숙한 스타가 별로 없어 음악이 본의 아니게 소외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일 오후 폭우 속에 열린 '다이니우스 풀라우스카스 그룹'. /사진제공=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2일 메인 무대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재즈를 음반으로 들을 땐 너무 어려웠는데, 무대에서 직접 보니 신세계를 만난 듯 신선하고 아름다웠다”며 “매일 듣는 아이돌 댄스 음악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동이 이곳에선 매시간 생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던 관객 중 몇 명은 좀 전에 열중하던 뮤지션의 이름을 다시 확인하느라 주최 측이 나눠준 소책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