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반도가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건 여러 역사문헌의 기록에서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지진은 우리와 상관없는 '강 건너 불구경'일 뿐이었다.
지진피해가 있자 사회적으로 건축물에 대한 지진피해 점검과 내진설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개인이 숙지해야 할 지진 시 대피 요령이 안내되고 생소하기만 한 '지진가방'이 소개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기에 지진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지진 피해의 확률만 고려한다면 어쩌면 지진에 대한 준비는 굳이 필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올 노후는 다르다.
게다가 연금가입 유지율을 보면 2명 중 1명은 10년을 못 채우고 해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후라는 지진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결과적으로 잘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을지언정 노인으로 살기 위한 준비는 누구라도 필요하다. 대홍수에도 불구하고 신의 계시에 따라 방주를 만들어 살아남은 '노아'처럼 노인으로 사는 나라는 결국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연금은 노후라는 지진에 대비하는 여러 생존방안 중 하나다. 지진에 대한 준비가 불확실성에 대한 준비라면 연금은 확실한 미래의 위험에 대한 준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