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세상]"사학 자율성 이유로 비리 만연…변화 계기"

뉴스1 제공 2016.09.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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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훈 동구마케팅고 공익제보 교사 인터뷰
"사립학교 교사 법적인 보호 장치도 강화됐으면"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안종훈 동구마케팅고등학교 선생님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안종훈 동구마케팅고등학교 선생님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


"그동안 '사학의 자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운영방식을 눈감아주는 일이 너무 많았어요."

동구마케팅고등학교 재직 당시 학교법인의 내부비리를 고발해 두 차례 파면과 복직을 반복한 안종훈 교사의 하소연이다.

안종훈 교사는 지난 23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실효성이 당장 드러나지 않더라도 김영란법은 반드시 시행돼야 할 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이사장 등 임직원도 포함된 것에 대해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육'이라는 공적 영역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사립학교도 공공의 영역에서 바라보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립학교를 '사적 영역'으로 규정하며 자율성을 존중해왔기 때문에 잘못을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다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사립학교에서는 자율성을 이유로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재정, 회계까지 주관적 기준으로 마음대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내부의 비리를 신고한다고 해도 사립학교 교사는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구마케팅고 학교법인 동구학원은 지난 2012년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회계비리 등 17건의 비위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동구학원의 비리는 안 교사의 내부 고발로 드러났으며 현재 학교 운영 정상화를 위해 임시이사 파견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내부 고발자인 안 교사에 대한 보복성 징계를 감행하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직위해제 통보를 받은 이후 아직까지 복직을 못하고 있다.


안종훈 동구마케팅 고등학교 선생님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안종훈 동구마케팅 고등학교 선생님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안 교사는 "학교에서는 처음 직위해제를 내린 3월부터 악의적으로 기한을 계속 연장하고 있다"며 "지난 20일 또다시 직위해제 기한 연장을 통보받아 12월말까지 학교로 돌아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에는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있지만 사립학교 교사는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상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내부 비리를 고발해도 사립학교 교사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립학교 법인과 교직원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부정청탁, 비리에 관한 사립학교 내부 신고자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의해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안 교사는 "김영란법 시행은 그간 사립학교에 관한 법들의 부족한 부분까지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공익신고자보호법 자체에 사립학교 교사가 대상으로 포함되는 등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학교 현장의 변화에 대해서는 "학부모의 선물 등 그간 관행으로 굳어졌던 일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사는 "특정 학부모가 교사에게 무엇인가를 선물하면 이전까지 아무 생각이 없던 다른 학부모들까지 부담을 갖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제는 학부모들이 '우리가 이런 것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사 입장에서도 김영란법 시행을 반가워하고 있다"며 "학부모가 거절하기 애매한 작은 선물을 가져올 때마다 불편했는데 거절할 수 있는 핑계가 생겨서 차라리 편하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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