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과서 검정기준에 '임시정부 정통성' 빼버린 교육부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6.09.2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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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2013년 교육부가 발표한 공통 검정기준. 오른쪽의 2015년 버전과 내용이 다르다. /사진=노웅래 의원실 자료(캡쳐본)왼쪽은 2013년 교육부가 발표한 공통 검정기준. 오른쪽의 2015년 버전과 내용이 다르다. /사진=노웅래 의원실 자료(캡쳐본)


교육부가 2015 개정 교과서 발간에 맞춰 검정기준을 수정하면서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내용을 담은 심의기준을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기준은 사회, 세계사, 동아시아사 등 검정 체제로 발행되는 모든 교과서에 적용된다.

21일 머니투데이가 노웅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용도서 개발을 위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에 따르면 공통 검정기준 1번 항목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가 체제를 부정하거나 왜곡·비방하는 내용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



해당 내용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규정하는 부분이 삭제됐다는 점에서 2013년의 검정기준과 큰 차이를 보인다. 교육부가 2013년 2월에 발표한 검정 기준 1번 항목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왜곡·비방하는 내용이 있는지"를 심의해야 한다며 임시정부와 현 정부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있다.

이밖에도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나타내는 항목은 2015년 들어 전체가 삭제됐다. 2013년 검정기준 3번 항목은 "대한민국의 국가 체제인 민주공화국을 부정하거나 왜곡·비방하는 내용이 있는가"이다. 하지만 2015년의 검정기준에는 이 항목이 아예 빠져서 전체 항목이 9개에서 8개로 줄었다.



검정기준은 검정 체제로 발행되는 교과서에 적용되는 심의 기준으로, 국정이 아닌 모든 과목 교과서에 폭넓게 적용된다. 특히 해당 수정 사항은 중학교 사회, 역사부도, 사회과부도나 고등학교 통합사회, 동아시아사, 세계사등 다양한 사회과 과목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교육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한 고교 역사교사는 "헌법 전문에도 나오는 임시정부에 대한 문구를 별다른 이유 없이 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지난해 개정교과 교육과정 시안연구 최종 보고서를 내며 건국절 논란을 일으켰을 때와 마찬가지로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교육부는 국민들이 알아채지 못한 작은 부분을 차례차례 바꿔가며 왜곡된 교과서를 완성해가고 있다"며 "검정교과서 뿐만 아니라 국정교과서 역시 내용이 왜곡되지 않도록 교육부가 하루속히 집필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검정기준을 작성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해당 문구가 수정된 이유에 대해 "1번과 3번 항목이 합쳐지면서 항목 수가 줄었을 뿐 검정기준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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