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가을을 더 탄다" 진짜일까?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2016.09.2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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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 56. 가을을 타다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남자는 가을을 더 탄다" 진짜일까?


오늘 가을하늘 보셨나요? 밤잠 설치며 땀흘리던 시간이 언제였나 싶을 만큼 완연한 가을입니다. 스산한 바람 한줄기 스치니 마음이 차분해지다 이내 '나도 가을타나?'란 생각에 미칩니다. 그런데 왜 가을을 탄다고 표현할까요?

'타다'는 고기가 타다, 자전거를 타다, 커피를 타다, 손을 타다, 간지럼을 타다 등처럼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동사인데요. 이 외에도 '계절이나 기후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을을 탄다'고 하면 가을의 영향을 받아 심적으로 침체되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계절을 타다, 추위를 타다, 유행을 타다'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요.

"남자는 가을을 더 탄다" 진짜일까?
이처럼 가을을 탄다고 하면 왠지 감성적인 느낌인데요. 빅데이터로 분석한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요.(다음소프트 2011년 1월1일~2016년 9월1일 SNS 총 108억건 분석)



먼저 '가을, 가을 탄다'는 말에 대해선 긍정적 느낌이 80%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어떤 감정이 드는지에 대해선 '좋다' '사랑' '춥다' '깊다' '아름다운' 등의 순이었고요.

"남자는 가을을 더 탄다" 진짜일까?
'가을남자' '봄처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자는 가을을 타고, 여자는 봄을 탄다는데 사실일까요? 2011~2015년 SNS 빅데이터에서 '봄타는' 인물로 여성이 남성보다 1.2배 많은 4518회, '가을타는' 인물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1.5배 많은 7349회 언급됐는데요.



그렇다면 남성이 가을을 더 타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가을이 되면 쌀쌀해지면서 일조량과 일조시간이 부족해져 세로토닌의 분비가 감소하는데요. 행복감을 주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면서 우울한 마음이 생긴다는 겁니다.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하고요.

하지만 이런 증상이 꼭 남성에게만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에 심리학자들은 ‘남성의 성취지향적 성향’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 합니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 완벽하지 못한 좌절감과 허무를 느끼는 남성들이 많다는 건데요. 이런 심리적 상태로 출근하는 아침,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문득 가을을 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을을 탄다'는 말에 일부는 배가 불렀다거나 아직 고생을 더 해야 한다는 삐딱한 시선도 보냅니다. 이런 감정이 사치로 느껴질 만큼 사는 게 팍팍하다는 현실을 나타내는 것 같아 씁쓸한데요. 계절 중 가장 짧아 언제 왔었는지도 모를 만큼 스쳐지나갈 가을, 오늘은 하늘 한번 올려다보는 여유 어떠신가요.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중 '가을'과 관련있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1. 추호
2. 추노
3. 추문

"남자는 가을을 더 탄다" 진짜일까?
정답은 1번 추호입니다. 추호는 본래 가을 짐승의 털을 가리키는 말로, 가을이 되면 짐승의 털이 매우 가늘어지는데 그 가늘어진 터럭 하나조차 없을 정도로 매우 적거나 조금인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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