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역사 첫 총수 소환, 檢 손에 달린 '롯데의 운명'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오승주 기자 2016.09.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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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신동빈 회장 檢 소환, 다섯번째 공식사과…辛회장 구속 피하는데 사활건 롯데 "경영공백 최소화"

수 천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수 천억 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1967년 창립한 반세기 역사의 롯데그룹 총수가 사상 최초로 검찰에 소환됐다. 18만 국내외 임직원과 90여 계열사를 둔 그룹 운명이 검찰의 손에 달린 가운데 롯데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로 출근해 정책본부 임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취재진 앞에 선 신 회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시작된 경영권 분쟁 이후 다섯 번째 공식사과였다.



신 회장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며 조사실로 향했고, 검찰로부터 20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롯데그룹은 "최근 일련의 일들로 롯데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깊이 사과드린다"며 회사 차원의 사과 입장을 밝혔다. 또 검찰 수사 여파에 따른 고객 및 협력사 피해 방지를 약속했다. 롯데는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국가 경제에 기여 하겠다"며 "신뢰받는 투명한 롯데가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무엇보다 검찰의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만에 하나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상상 이상의 경영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한·일 롯데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사회, 주총을 열어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롯데홀딩스가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 등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서고, 최악의 경우 일본은 물론 한국 롯데까지도 일본인 경영진에게 경영권이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세기 역사 첫 총수 소환, 檢 손에 달린 '롯데의 운명'
롯데는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지 않도록 신 회장 구속을 피해야 한다고 호소하면서도 안으로는 평상심을 유지하며 계열사 별 정상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한 유통계열사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부터 검찰 수사까지 1년 넘게 이어진 악재가 하루빨리 마무리되기 바랄 뿐"이라며 "현재로서는 흔들리지 않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하자는 것이 직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 역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서울 강남권 사업장을 둘러보며 조직안정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자신의 검찰 소환으로 임직원들이 상처받을 것을 우려한 신 회장이 흔들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계열사 별로 정착된 시스템 경영을 통해 검찰 수사에 따른 피해 여파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일각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조기 인사설 역시 명확히 부인했다. 또 다른 롯데그룹 관계자는 "장기간 지속된 어려움 속에서도 계열사 별로 정상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조직안정과 시스템 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의 거취 변화에 따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의 경영권 반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신 전 부회장 역시 검찰 기소 대상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이 뉴스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검찰 소환 소식을 접했지만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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