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행복해"…여행·외식 나홀로 '혼행족'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16.09.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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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문제 있나?"→"독립적 행복 추구", 사회적 시각 달라져

혼자 여행을 즐기는 '혼행족'이 늘고 있다./머니투데이 자료사진혼자 여행을 즐기는 '혼행족'이 늘고 있다./머니투데이 자료사진


#1. 컨설팅 회사 2년차 직원 박모씨(25·여)는 이번 추석 연휴(14~16일) 동안 강원도 속초로 홀로 '서핑 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에게는 당당히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박씨의 '혼행'(혼자서 떠나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핑클럽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방을 예약하고 가면 다른 여행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박씨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 함께 밥도 먹고 술을 즐길 수 있는 '혼행'이 오히려 즐겁다.



박씨는 "평소에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함께 여행 갈 시간을 맞추기도 번거롭다"며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혼자 가면 오히려 더 다른 사람들과 취미를 공유하고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2. 유통업계 대기업에서 4년차를 맞은 회사원 현모씨(30)는 입사 후 틈나는 대로 '혼행'을 떠났다. 지난 여름휴가 역시 태국에 홀로 다녀왔다. 6번째 '혼행'이다. 동행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기 좋다. 여행지의 풍미를 있는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현씨가 말한 '혼행'의 매력들이다.



혼자 갔다고 혼자 놀아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들이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현씨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면 여행경비도 아끼고 새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다"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싼값에 비행기 티켓을 발견하고 시간이 맞으면 바로 떠난다"고 설명했다.

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연휴에도 마찬가지다. 저가항공이 늘어나면서 해외여행 문턱이 낮아졌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혼행' 중 찍은 '인증샷'들이 즐비하다.

'연휴에는 고향'이라는 인식이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 1인가족이 증가하면서 독립적인 행복 추구에 대한 시선도 비교적 너그러워지고 있다.


17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를 통해 여행을 떠난 1인 여행객 수는 2013년 7만8000명에서 지난해 20만6000명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1% 늘어난 11만명이 홀로 여행을 떠났다.

인터파크투어에서도 지난해 혼자 항공권을 예약한 사람 수가 2014년에 비해 21% 증가했다. '나홀로 여행객'이 전체 여행객 중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했다.

'혼행'이 많아진 근본적 이유는 1인 가구의 증가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 인구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지난해 520만3000가구에 달한다. 1990년(102만1000가구)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다. 전체 가구(1911만1000가구) 수의 27.2%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가구 유형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1인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3%로 가장 높았다. 이어 70세 이상(17.5%), 20대(17.0%) 순이다.

예전에는 혼자 밥먹는 것을 포함해 뭐든 혼자하면 '불편한 일'이었다. 식사·여행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고, 부득불 함께할 사람이 없는 경우에만 혼자 하는 것이라는 규범이 암묵적으로 있었다. 이 같은 일을 혼자 하면 가까운 사람이 없다는 걸 스스로 나타내는 꼴이라서 민망한 일로 치부됐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변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서 밥을 먹고 여행가는 사람들이 꽤 다수가 됐다"며 "혼자서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생겼고 오히려 훨씬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시각에 구애받지 않고 산다는 걸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혼자 여행을 즐기기 원했지만 주변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포기하거나 욕망을 가둬뒀던 과거 사례가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혼자 여행하는 것이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지니까 당당하게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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