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벤처투자 붐…상반기 1조원 반기 사상 최대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6.09.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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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대신 대기업이 투자 주도 '오픈 이노베이션'…인기 벤처 투자 쏠림도

일본에서 IT(정보기술), AI(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 분야의 벤처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보도했다.

시장조사회사 재팬벤처리서치에 따르면 일본 비상장 벤처기업이 올 상반기에 조달한 자금은 928억엔(약 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증가했다. 이는 반기 사상 최대치로 이 추세라면 연간 투자액도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재팬벤처리서치는 일본 비상장 벤처기업 8600개사의 자본금 변동 현황 등을 분석해 자금조달액을 추산했다.

니혼게이자이는 AI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을 손에 넣기 위해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출자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10년 전에는 금융권이 벤처 투자를 주도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기업이 전면에 부상했다고 했다. 투자 분야도 사물인터넷(IoT)과 AI(인공지능) 등 신기술로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일본의 벤처투자 분야는 IT가 40%를 넘었지만 AI와 IoT 등 다른 첨단 기술 부문의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이런 기술은 새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절실하지만 기업 내 기술과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투자를 통해 외부 기술을 R&D(연구개발)에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예로 자동차회사 토요타는 독립운용사인 스파크그룹 등과 함께 '미래창출펀드'를 조성해 산업용 로봇 센서를 개발하는 3D(3차원)미디어 등 첨단기술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백화점업체인 미츠코시이세탄홀딩스도 벤처투자 자회사를 통한 투자로 매장을 만드는 데 AI 기술을 활용할 태세다. 미츠코시는 사상 최대인 377조엔의 현금을 쥐고 있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일본 벤처투자업계 주도권을 기업에 빼앗긴 금융권도 마이너스 금리 기조 아래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찾고 있다. 닛세이캐피털의 올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늘었다.


니혼게이자이는 투자가 일부 인기 벤처기업에 몰리는 쏠림현상은 걱정스럽다고 했다. 신문은 전체 투자액이 늘어난 반면 투자를 받은 기업 수는 오히려 줄었다며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글로벌 벤처투자업계에서는 기업 평가액이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을 '유니콘'이라고 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평가액 약 620억달러·69조원)를 필두로 전 세계 유니콘은 약 174곳에 이른다.

니혼게이자이는 벤처투자 활성화로 기업가치 평가액이 1억달러 이상인 '일본판 유니콘'이 속속 등장하게 됐다며 재팬벤처리서치의 집계로는 8월 말 현재 그 수가 20곳 정도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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