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한진해운 자금지원 불가…밑빠진 독에 물붓기"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6.08.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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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 "신규자금지원 불가가 채권단 최종 결론…지원 시 연체된 해외 상거래 채권 상환에 쓰일 것"

[문답]"한진해운 자금지원 불가…밑빠진 독에 물붓기"


한진해운 (12원 ▼26 -68.4%) 채권단이 30일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결론을 냈다.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을 포함한 5개 은행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모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족자금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도출되지 않아 정상화 추진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워졌다"며 "오전 회의 결과 한진그룹 최종 제시안과 대규모 신규자금 지원을 채권단이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채권단 측의 최종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투입하면 기업가치 제고가 아니라 6500억원 규모의 용선료 항만 하역비 등 미지급 채무상거래 상환에 쓰일 수밖에 없고 이중 대다수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며 "변동성이 큰 해운업 특성 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채권단 추가 부담이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전문.



-한진그룹과 추가 협상 여지 있나
▶최근 3~4일간 세차례의 협상이 있었다. 세차례의 협상이 있었지만 특별한 진전이 없었다. 채권단은 현재 지원 불가 결정을 내린 상태다. 9월 4일까지 자율협약이 종료되는 사안인데, 다시 협상안이 나올 가능성을 가정하는 건 어색한다.

-해운업계에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간다면 최대 17조원인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주협회 주장에 동의하시나.
▶3000억원의 부족자금을 도와주지 못해 17조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언론 보도를 통해 봤다. 선주협회는 이익단체로서 이러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부족자금이 3000억원이 아니다. 현재로 본다면 부족자금은 5000억원에서 8000억원이 부족자금 규모다. 또 17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부분에서는 그쪽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겠지만 거기까진 아닐거라고 본다. 문제를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상거래 채권이 압류가 들어올 수 있다. 질서 있는 정리를 위해 법정관리 독촉할 계획은 없나. 또 오늘로서 자율협약은 완전히 끝난 걸로 보면 되나.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각종 압류를 예상할 수 있다. 아마 한진 쪽에서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을 걸로 본다. 오늘 자금지원불가 발표를 하면 한진 측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걸로 보인다. 자율협약이 실질적으로 종료되는 건 9월4일이다.

- STX팬오션 때처럼 한진해운도 법정관리 상태에서 추가 지원할 수 있나.
▶정용석 구조조정부문장(부행장): 팬오션과 한진해운의 사업모델이 매우 다르다. 팬오션은 벌크선 위주다. 해외 상거래 채권까지 모두 동결시키고 손실분담 시키고 사업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선사로 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되면 사업유지가 어렵다. 이런 걸 감안하면 팬오션과 같은 구조로 DIP 금융 지원을 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사실상 파산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정용석 부행장: 가능성을 놓고 본다면 파산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된다. 이미 발생된 연체 용선료, 여러 가지 기타 채권에 대해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한국 법원이 정한 기업회생 효력 미치지 않는 국가가 많다. 선박금융이나 용선주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동참할지 미지수다. 선박금융, 용선주가 가장 중요한데, 이들의 입장에 따라 사업 재기 여부 결정될 수 있다. 다만 지금으로선 팬오션 식의 재기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된다.


-조양호 회장 여러번 만난 걸로 알고 있다. 어떤 말씀을 나누셨나
▶최근에 조양호 회장 만나뵌 적 있다. 어찌됐건 대한민국이 경제적 풍요를 이루게 된 데는 기업의 공이 컸다고 생각한다. 경제 활동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굉장히 안쓰러움을 느낀다.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서 같이 고민을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상당부분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조양호 회장께서 부친이 남기고 간 한진해운과 제수씨가 맡았던 한진해운에 1조를 투입하고 상황이 악화돼 다시 재원을 넣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채권단의 환경은 구조조정에 대해서 만큼은 원칙이 무너져선 안된다는게 일관된 생각이다. 우리나라 경제 선순환을 위해서라도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특히 최종적 고비는 상거래 채권이었다. 5월 3200억원이었던 게 잠깐 사이에 많이 불어났다. 앞으로도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 혈세를 개별 기업 외상 채권 갚아주는 데 쓰는 건 어렵다.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양자간 힘든 부분이긴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주)한진으로 빼돌렸다는 시각이 있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 알짜자산 빼돌리기가 큰 논란 거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한진그룹이 선대부터 국내 경제에 기여해온 경로를 본다면 그러한 사실을 언급하는 상태로 상대방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 아니냐 싶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어수룩하지 않다. 언젠가 진실 밝혀질 거다. 현재로선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

-구조조정 원칙에 대해 말씀하셨다. 조선업 등 다른 업종의 기업에도 적용이 되는 원칙인가.
▶원칙인만큼 A기업, B기업에 다르게 적용할 수 없다. 구조조정의 큰 틀은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건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까운 예로, 현대상선이 5개월 정도 오늘날 모습을 보이기까지 굉장히 많은 협상과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종까지 단 한푼 혈세도 안 넣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합병, 정상화가 된다면 생각해볼 수 있다고 금융위원장이 말씀하신적이 있다. 합병으로 갈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인지.
▶현재까지는 합병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가 없었다.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로는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제 막 자금지원을 못한다는 결정을 한 상황에서 지금 논할 단계는 아니다.

-채권단이 감자를 통해 한진해운에 대주주로 올라서고 현대상선과 합병한다는 시나리오를 일각에서 제시했는데.
▶감자를 통해 현대상선과의 통합 등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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