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펀드의 위기를 부자 될 기회로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6.08.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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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요즘같은 때는 그냥 조용히 있는 게 최선입니다."

[우리가보는세상]펀드의 위기를 부자 될 기회로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한 임원은 "(펀드의 수익률이) 좋다는 말만 하면 돈이 빠져나가니 홍보를 하기가 무섭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가 멈추지 않고 있는 주식형 펀드 얘기다. 실제로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5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8주 연속 순유출 흐름이 지속되면서 7월 이후 투자자들이 찾아간 돈만 2조6300억원에 달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 박스권 상단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 펀드 환매가 줄을 잇는 이같은 흐름은 이제 금융투자업계의 '공식'이 된지 오래다. 펀드의 환매가 박스권 탈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유행가처럼 익숙해졌다. 유동완 NH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가 "최근 5년간 박스권 하단에서 자금이 유입되고 상단에서 환매가 이뤄졌던 학습효과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며 "박스권의 확실한 탈피가 확인돼야만 이런 투자패턴이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부진까지 겹치면서 펀드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아예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3.38%)와 코스피 200(6.59%) 수익률에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펀드를 통한 재테크에 비관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의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엄청난 투자금이 쏠렸던 대형 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과거와 같이 전체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되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들은 "기우일 뿐"이라는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될수록 단 1%라도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이 '주식'이고, 이를 안정적인 투자로 이끌 수 있는 금융상품이 '펀드'라고 확신해서다. 한 펀드매니저는 "한국 증시는 여전히 싸기 때문에 주식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위험이 큰 직접 투자보다는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장기 분산투자하는 게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긍정론자'인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도 "퇴직연금·저축 등 금융자산이 쌓이고 있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투자수단인) 펀드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역발상 투자'로 유명한 전설의 투자가 존 템플턴은 이런 말을 남겼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며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 속에서 죽는다. 최고로 비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이고 최고 낙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이다."

비관론을 먹으며 자라고 있는 펀드 시장의 위기가 어쩌면 부자가 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속는 셈치고 펀드에 돈을 맡겨보자. 오랫동안 수익을 내지 못한 펀드매니저는 일단 해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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