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 아닌 '사는 곳' 만드는 '녹색친구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6.08.25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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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서울시 첫 사회주택 착공한 '녹색친구들' 김종식 대표

김종식 녹색친구들 대표. /사진=김사무엘 기자김종식 녹색친구들 대표. /사진=김사무엘 기자


"집에서도 지구에서도 사람은 나무와 같은 세입자입니다."

사회적기업 '녹색친구들'의 김종식 대표(50)가 건낸 재활용종이 명함의 뒤편에 새겨진 문구다. 녹색친구들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사회주택 사업의 방향과 철학이 담겼다. 한마디로 집이란 '사는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사는 곳'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친구들이 하고 있는 사회주택 사업은 민관협력형 임대주택 사업이다. 서울시가 민간 부지를 매입해 사업자에게 빌려주면 사업자는 시 소유 땅에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방식이다. 시가 토지주이고 민간사업자가 건물주인 셈이다.



민간사업자는 최장 40년 동안 저렴하게 토지를 빌려 임대료가 시세의 80% 수준인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세입자는 2년마다 쫓겨날 걱정 없이 최소 10년 최대 20년 동안 살 수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시와 사회주택 첫 사업자로 계약한 녹색친구들은 지난달 마포구 성산동과 서대문구 창천동에 사회주택 1, 2호인 '더불어 숲 성산'과 '더불어 숲 창천'의 첫 삽을 떴다. 각각 11가구, 12가구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거 패러다임을 바꿀 작은 변화의 시작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평소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건축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회사에 다니다 2011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진행한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 공모전'에서 창업팀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회적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김 대표는 2012년 1월에는 녹색친구들 법인을 설립해 그가 제안한 사회주택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시켰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첫 사업대상지는 성북구 정릉의 주택재개발사업으로 기부채납된 토지였다. 성북구로부터 약 1500㎡면적의 토지를 임차해 임대주택을 지을 계획이었다. 법적 타당성 조사까지 마쳤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못 사는 사람들이 임대주택에 들어오면 동네 물을 흐린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결국 김 대표는 정릉의 사회주택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문을 두드렸다. 서울시에 취지를 설명하면서 사업제안을 계속했고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서울시 사회주택 시범사업자로 최초 선정됐다.


김 대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민관협력형 임대주택이다보니 첫 삽을 뜨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시로부터 사업성 개선을 위한 제도 변화를 이끌어냈고 사회주택 활성화 조례도 마련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녹색친구들이 공급하는 사회주택 '더불어 숲'이란 브랜드는 김 대표가 평소 존경하던 고 신영복 교수의 동명 저서에서 따왔다. 마을과 사람을 복원하는 공동체 주택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김 대표는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아파트를 지어서 큰 돈을 벌겠다는 욕망을 부추기고 있지만 현실은 전면철거식 개발로 삶의 터전과 환경이 파괴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주택을 사는 곳이 아닌 재태크의 수단으로 삼는 지금의 소유 관념이 과연 옳은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추구하는 사회주택은 공동체를 살리면서도 지역을 재생하고 환경도 살리는 친환경 공동체 주택이다. 일반 공동주택처럼 세입자는 각각의 독립된 공간을 보장 받지만 건물 내부에는 카페 등 입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된다.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주민들 스스로 자치규약을 만들고 사회주택을 운영하게 된다.

'더불어 숲' 지붕에는 태양광 판이 설치되고 전기차 충전 주차장도 마련되는 등 친환경 설비에도 신경 썼다. 올해 1, 2호 23가구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친환경 사회주택 3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 대표는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을 보면 이사를 해도 가방 몇 개로 자기 짐을 다 옮길 수 있을 정도로 주거에 있어서 소유에 얽매이는 삶을 살지 않는다"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주거를 소유가 아닌 삶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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