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작가의 2015년 소설 '목격자들'에 나오는 구절이다. 조선 시대 선박 침몰 사건을 다루는 추리소설인 저 책을 보면서 2014년 4·16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했다. 이 땅의 글쟁이가 4·16을 대하는 마음.
책은 "잠수사는 입이 없다"며 입을 여는 잠수사 나경수의 탄원서로 시작된다. 작업 도중 잠수사가 숨진 사건으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잠수사 리더를 위한 동료 잠수사의 변론이다. 나경수가 맹골수도로 달려갔을 때 발견한 '진실'은 이렇다.
잠수사에게 입을 열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누구인가. 대체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 그건 우리를 비롯해 다른 이들이 풀어야 할 몫. 잠수사들은 바깥세상의 논란에 신경 쓰는 대신 오로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것에만 집중했다.
"잘 들어! 여러분이 도착한 오늘까지, 선내에서 발견한 실종자를 모시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두 팔로 꽉 끌어안은 채 모시고 나온다! 맹골수도가 아니라면 평생 하지 않아도 될 포옹이지. 이승을 떠난 실종자가 잠수사를 붙잡거나 안을 순 없으니, 이 포옹을 시작하는 것도 여러분이요 유지하는 것도 여러분이며 무사히 마치는 것도 여러분이다. 포옹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 하나의 공간, 그곳으로 가서 여러분은 사망한 실종자를 안고 나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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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잠수사 나경수는 10~20cm 앞도 보기 힘든 검은 바다에서 실제 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자세하게 증언한다. 그의 설명을 따라 그 바다의 빛깔과 냄새를 느끼며 그 아이들과 만나고, 이승에 남은 이들의 낯선 세상을 들여다보게 된다.
작가는 잠수사뿐 아니라 유족, 생존 학생과 그 부모, 일베 회원, 공무원 등 다른 이들의 인터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가혹한 업무보다 더 가혹했던 오해와 편견도 직설적으로 풀어낸다. 시커먼 심해에서 삶과 죽음의 무게를 이해하는 잠수사들은 냉정하게 작업량을 조절하는 것이 원칙. 그럼에도 무리하게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였던 그들은 몸과 영혼이 망가지는 상황에 스스로 제동을 걸지 못했다.
"완전히 미쳐 돌아간 겁니다. 실종자 수습이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민간 잠수사들은 뼈가 썩고 근육이 찢어지고 신경이 눌려 휠체어 신세로 지내도 괜찮단 겁니까? 참사 수습 총괄하는 수뇌부는 냉정하게 판단해서 말렸어야죠. 잠수사도 인간입니다"
이런 의사의 증언. 나는 잠수사들의 처지까지는 생각도 안 했던 무심한 시민이다. 우리가 본 적 없고, 듣지 못했던, 알지 못하는 세상은 언제나 더 비정하다. 잠수사 나경수의 실제 모델 고 김관홍 잠수사는 결국 세상을 등졌다.
◇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북스피어 펴냄. 392쪽/ 1만3800원.